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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발생 이후 과정도 중요하지만,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민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감정위원은 “의료사고의 상당수는 예방 가능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은 특히 의료인을 교육시키는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국내 의료기관을 선도하는 대형병원들도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인지도 하락 등을 우려해 사고를 숨기는 데 급급한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사고를 분석하고 유형별로 분류해 모든 의료기관, 의사들이 학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다른 의료기관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실시하는 의료기관 인증평가제도 등에 의료사고에 대한 신고, 공유 등에 대한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각 기관의 의료사고가 공유되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단 등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사고를 유형별로 분석해 각 의료기관에 예방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석화 환자안전연구회 회장(서울대 어린이병원 원장)은 자율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의료기관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자발적으로 보고해, 여러 병원이 그런 사례를 분석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등에서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처벌받거나, 병원 문을 닫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병원들이 쉽사리 의료사고 신고나 공유에 참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적 의료서비스를 펼치는 영국은 의료사고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미국은 자발적으로 보고하게 하되 처벌을 못 하도록 운영 중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