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직발사관 개발땐 韓 ‘킬 체인’ 무력화
南, 3000t급 장보고Ⅲ 핵심 설계기술 확보

고도의 은밀성 때문에 ‘침묵의 도살자’란 닉네임을 가진 잠수함 개발 경쟁이 남북 간에 불붙고 있다. 특히 배수량 3000t급 이상 중(重)잠수함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수직 발사관을 갖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전략무기다. 한·미 정보당국이 최근 북한 함경남도 신포시의 마양도 잠수함기지에서 미사일 수직발사관으로 추정되는 장비를 포착하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마양도 기지는 6개 부두를 갖춘 북한 최대 잠수함기지로 지난 6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방문한 제167부대다. 북한이 수직발사관을 이용해 수중에서 SLBM을 발사할 경우 포착도 어려운 데다 대응할 시간이 짧아 SLBM탑재 잠수함은 가공할 전략무기로 평가된다.

한국은 전략무기인 3000t급 잠수함 장보고Ⅲ 독자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가 됐던 전기 배터리 성능도 기술이전을 통해 개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 옛 소련 잠수함 기술로 수직발사관 개발 =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 잠수함기지 지상에서 최근 개발중인 것으로 보이는 잠수함장착용 수직발사관을 식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옛 소련제를 수입해 개량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적 권위의 군사연감인 ‘제인 함정 연감’은 1994년 5월호에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골프급과 로미오급을 포함해 40개의 퇴역 잠수함을 사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골프급 잠수함은 배수량이 약 2700∼3000t으로 3개의 SLBM 수직발사관을 갖추고 있다. 북한이 퇴역 잠수함을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수직발사관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로미오급(1800t급) 20여 척, 상어급(300t급) 40여 척, 잠수정(130t급 미만) 10여 척을 보유하고 있다. 수직발사관은 3000t급 중잠수함 이상이 돼야 장착이 가능하다.

북한이 자체 수직발사관 개발을 완료할 경우 한국군이 2020년대 초반을 목표로 구축 중인 ‘킬 체인(Kill Chain)’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탐지수단인 첩보위성과 유·무인 정찰기 등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 능력까지 갖추면 가공할 전략무기가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중잠수함 독자 개발 착수 = 한국이 독일 하데베(HDW)사로부터 209급 잠수함에 이어 최근 214급 잠수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연료 전지 성능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군은 기술이전을 완료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입장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7일 “3000t급 잠수함인 장보고Ⅲ 제작에 필요한 어뢰발사관 개폐기술과 축전지 연료추진체계 등의 핵심 설계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군은 2015년 2월 1일 경남 진해에서 해군 9잠수함전단을 확대 개편해 잠수함사령부를 창설키로 확정한 가운데 3000∼3300t급 중잠수함 독자 개발에 도전한다.

방위사업청은 독자기술로 건조·설계 중인 중잠수함 설계에 각각 사거리 1000㎞, 1500㎞ 의 토마호크급 국산 크루즈(순항)미사일인 현무-3B와 현무-3C 등 잠대지(潛對地)미사일을 탑재하기로 확정했다.

해군 관계자는 “1200t급 9척과 1800t급 4척 등 13척으로 3∼4개 전단으로 구성된 잠수함사령부 창설일을 확정했다”며 “2018∼2029년 총 9척의 중잠수함을 건조해 노후한 209급 잠수함을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산 크루즈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는 214급 잠수함은 수직발사관은 없지만 물 밖으로 나와 지상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게 가능하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