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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을 ‘독한 감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독감과 감기는 분명히 다르다. 감기는 주로 리노바이러스 등 200여 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리며 전신적 증상 없이 콧물, 기침, 두통, 피로감 등을 호소하고 안정과 휴식을 취하면 비교적 쉽게 자연 회복된다. 그러나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며 고열, 전신근육통, 기침 등 전신적인 증상을 유발한다. 또 독감은 전염성이 강하고 질환자나 노약자의 경우 폐렴 등 합병증으로 이어져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표면의 핵단백질의 구성에 따라 A, B, C형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각 형마다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실제로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형은 증상이 심하며, 변이가 자주 일어나고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B형은 증상이 A형보다 덜 심하며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지만 역시 전염성이 있어 유행성 독감을 일으킬 수 있다. C형은 증상이 경증이거나 감염 빈도가 낮다. 과거에 유행했던 조류인플루엔자(H5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으로서 닭이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 또는 야생조류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의 하나로 변이가 일어나 사람에게 감염되는 수도 있다.

독감은 임상적으로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과 구별하기 힘들어 정확한 발생 수를 파악하기 힘들지만, 한 번 돌기 시작하면 인구의 10∼20%가 감염된다. 변이가 심한 바이러스는 감염자를 더 늘려 심하면 인구의 40%가 독감에 걸리기도 한다. 전염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콧물이나 인두분비물에 오염된 물품으로 전염되며 단체생활을 하는 경우 더욱 위험하다.

주된 증상은 1∼4일의 잠복기 후 갑작스러운 발열(38∼40도)과 두통, 오한, 인후통, 마른기침과 같은 호흡기 증상과 이후 장기간 지속되는 근육통, 극도의 불쾌감, 전신쇠약 등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노약자의 경우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와 자나미비르(Zanamivir) 등 뉴라미니데이즈(neuraminidase) 억제제 계열의 2가지 약품이 계절성 인플루엔자의 증상과 지속기간을 감소시킬 수 있다.

합병증이 없는 경우에는 3∼5일간의 열과 결막충혈, 콧물, 인두발적, 그리고 기침 등의 상기도증후, 경한 근육 압통 등을 앓고 자연히 치유과정으로 넘어가지만 합병증으로 폐렴, 근염, 근융해증, 뇌염 같은 신경계 감염, 심근막염 등을 일으키는 경우 심각한 후유증 및 치사율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독감은 강한 유행성을 띠기 때문에 열이 내리고 어느 정도 나았다고 해서 외부활동을 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독감을 퍼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완쾌되기까지는 외출을 삼가야 한다.

독감 예방을 위해선 예방주사를 맞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독감 예방주사가 독감을 100% 예방해주는 것은 아니다. 독감 예방주사는 그해에 유행이 예측되는 항원형에 대한 예방주사이기 때문에 다른 항원형의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면 독감을 앓게 된다. 또한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예방주사를 맞아도 충분한 면역력이 생기지 않아 독감에 걸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독감 백신은 70∼90%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감에 걸리지 않으려면,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독감 바이러스는 공기 중 떠다니는 바이러스에 의해서도 전염이 가능하나, 대부분 신체 접촉을 통해서 전염된다. 따라서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평소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신선한 채소류, 과일류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건강한 식사습관을 통해 면역력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도움말=김경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경택 기자 ktlee@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