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7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현대자동차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실험용 연료전지의 내구성을 테스트하며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지난 17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에 자리 잡은 현대자동차 환경기술연구소 3층의 ‘소형BB(Breadboard·전자회로 등을 담은 판)시험실’. 수소연료전지차(FCV)의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를 시험하는 실험실에서는 연구원들이 실제 차에 장착되는 연료전지의 1/5∼1/6 크기로 만들어진 실험용 연료전지의 내구성을 테스트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소형시스템 가압용’이라는 팻말을 단 연료전지는 여러 색깔의 전기배선과 파이프 등을 달고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물과 전기를 발생시켜 모터를 구동하는 연료전지는 사용시간에 따라 성능이 조금씩 감소하기 때문에 내구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소형BB시험실에서는 모두 6개의 연료전지를 온도와 습도, 압력 등을 달리하며 최적의 환경을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김성균 연료전지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일반 내연기관차의 경우 엔진 개발 시 내구성 시험을 위해 수만㎞를 주행하는 것처럼 연료전지 역시 차량의 내구연한이 다할 때까지 충분히 성능을 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시험조건을 강화한 가속테스트를 수개월째 쉬지 않고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환경기술연구소 주차장 한쪽에 자리 잡은 수소충전소에서는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에서 수소탱크 센서 민감도 테스트를 마치고 막 돌아온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충전이 한창이었다. 전기차의 경우 완전 충전에 3∼4시간이 걸리고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더라도 20∼30분가량이 소요되는데 비해 수소연료전지차는 3분에서 5분 내외에 충전이 완료됐다.

김미선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전기차의 경우 충전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130∼140㎞ 정도인 데 비해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15㎞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신성장동력으로 친환경차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친환경차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 및 인력을 매년 대폭 늘리며 경쟁력 있는 친환경차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친환경차 기술 개발을 위해 합종연횡에 나서는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 달리 핵심 부품에 대한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해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모든 친환경차 부문에서 관련 차량을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현대·기아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꼽히는 수소연료전지차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업체들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완성차 업체 중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갖추고 지난해 2월부터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독자 개발한 100㎾ 용량의 연료전지 스택(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에너지를 생성하는 장치)과 100㎾ 구동 모터, 24㎾ 고전압 배터리, 700기압의 수소저장 탱크를 탑재했다. 최고 시속 160㎞,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12.5초로 내연기관 자동차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가속 및 주행성능을 갖췄으며 1회 충전 시 400㎞가 넘는 주행거리를 과시한다. 유럽시장에 이미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출시한 현대·기아차는 올해 국내에 모두 40대의 차량을 판매할 예정이며 오는 2025년까지 모두 1만 대 이상을 국내에 보급할 계획이다. 특히 세계 최대 친환경차 시장인 미국에서도 지난 6월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리스 방식으로 수소연료전지차 판매를 시작했다. 내년부터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돌입하는 토요타와 혼다 등 경쟁 업체들이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만 현대·기아차는 한 발 앞선 기술개발 및 양산과정에서 쌓인 노하우를 활용해 어렵지 않게 방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가장 대중화된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기술에서도 현대·기아차는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1년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해 본격적인 친환경차 시대를 열었고 지난해 12월에는 그랜저와 K7하이브리드 모델을 각각 출시한다. 올해 말에는 신형 LF쏘나타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며 내년에는 중형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용인 =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