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국 경제를 떠받쳐왔던 제조업이 비틀거리면서 자칫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는 데 앞장서고 있다. 30일 밤 동북아 중심도시로 발돋움 중인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국내 최고층 빌딩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비춰주듯 밝게 빛나고 있다. 인천 =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한국 경제에 미래는 있는가. 1960년대 첫 경제개발 이후 50년을 줄기차게 달려온 ‘한강의 기적’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 주도의 강(强)제조업 패러다임으로 가발·의류·신발의 경공업에서 석유화학·제철·조선의 중화학공업을 거쳐, 자동차와 전자의 고도 제조업까지 내실과 외연을 다지고 확장해온 대한민국표 성장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들을 먹여 살리던 기업들은 어떤가. 전기전자·자동차·조선·철강·화학의 수출 제조업 대표선수들은 예외 없이 선진국의 역공과 후발 개도국의 추격 사이에 끼여 신음하고, 한국 특유의 투쟁적 노사관계에도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 고령화와 3D 기피 현상 때문에 일손 부족으로 치닫고, 정부 역시 낙후된 입법·사법·행정 시스템만 껴안은 채 점증하는 복지 욕구와 가라앉는 잠재성장률 틈에서 갈팡질팡, 통제력조차 상실해가고 있는 상태다. 3대 경제주체 모두 성장의 한계 벽에 부닥쳐 10년째 국민소득 2만 달러 선을 맴돌며 선진 한국의 문턱에서 주저앉아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호의 위대한 항해는 이대로 멈출 것인가. 3차 산업혁명의 높은 파도와 저성장 소용돌이에 휩쓸려 여기서 침몰해버릴 것인가. 그럴 순 없다. 멀리 근대 일제식민지 체제의 예속, 남북분단에 이은 동족상잔의 전쟁, 보릿고개의 가난과 시민혁명 민주화로 이어진 일련의 도전을 극복해온 배달민족의 강인함은 이를 허락지 않는다. 다행히 민·관 양쪽에서 엄정한 현실에 대한 자각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하려는 의지,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각오가 단단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미래 산업 개척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눈길을 돌리는 중이다. 정부는 규제 암덩어리 제거 수술과 창조경제 체질개선 요법으로 한국 경제의 예비 선진국병을 치료하는 데 달려들고 있다.

이에 문화일보는 창간 23주년을 맞아 미래 경제로 가는 길을 제시해보려 한다.

산업 측면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태양광을 비롯한 새 성장동력 발굴과 벤처창업에 뛰어드는 미래 선점 기업들의 현 위상을 둘러보고, 금융 측면에선 관치와 타성적 예대영업 및 내수 집착에 머무는 후진 시스템의 변화 동인(動因)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은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보며 대비하고 있는지, 그 설계가 현장으로 끊김 없이 연결되고 있는지의 경로 점검도 아울러 해보았다.

만 23세의 청년 문화일보는 믿는다. 향후 반세기 미래 경제로 가는 길의 앞장도 기업이 서야 한다고. 사랑받는 기업은 신뢰받는 정부 못지않게, 국민의 행복을 키우고 자랑스러운 미래 대한민국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그래서 우린 말한다. 기업이 미래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