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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수 /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정부가 전세가 급등에 따른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30일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업계에서 예상한 대로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저소득층 전·월세 부담 완화가 주요 내용이다. 애초에 우려했던 바와 같이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인 상황이어서 시장(市場)의 반응 또한 그리 뜨겁지는 않은 것 같다.

이와 함께 정부가 내놓은 월세 지원 또한 큰 그림의 시장 흐름은 인정하면서 월세 전환의 속도를 완화하기 위한 금융 지원이 주요 내용으로, 이 또한 수혜 가구 수가 적어 시장의 움직임을 변화시키기에는 어려운 대책으로 보인다. 따라서 근본적인 대책이기보다는 내년에 도래할 더 큰 규모의 전세대란에 대한 대비책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다. 2년 단위 전세계약이 홀수 해에 많이 몰려 있고 내년 중에는 그동안 연기됐던 재개발·재건축이 대거 진행될 것으로 보여 단기적 전세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세가 상승은 경제원론식으로 설명하면 공급 축소와 수요 확대에 따른 수급 불균형의 결과다. 즉, 임대주택을 공급하던 투자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 수요층은 다양한 원인으로 증가 일로이기 때문이다. 전세금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음에도 전세 수요가 줄지 않는 것은 매매시장의 침체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전세금이 높아지면 대다수 가구는 안정적인 주거 환경 등을 위해 주택을 구입하는 게 일반적인 소비 행태였다.

그런데 최근 장기화하고 있는 주택시장의 침체는 전세입자들로 하여금 주택을 구입하는 유인을 제공할 수 없어 전세시장 내에 머물게 하고 있다. 힘들게 주택을 마련해봐야 주택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는 경우 재산의 가치마저 보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최경환 경제팀의 지난 9월 대책이 매매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논리에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정부가 제시하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나 매입임대의 확대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한편 대상 및 규모 또한 제한적이어서 시장 전망에 그리 긍정적인 뉴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임대차시장의 규모는 큰 데 비해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 공급하는 임대 물량은 상대적으로 작아 민간의 임대사업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민간 임대사업의 경우 대규모 회사형 임대사업자는 거의 없고, 대부분 개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이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민간 전세 물량 공급의 적정 수준 유지가 시장 안정에 주요한 요소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지난 2월 발표된 ‘임대차시장 선진화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은 전월세 소득에 대해 세금을 징구하겠다는 것으로, 당연히 임대차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을 크게 위축시키는 법안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작금의 전세대란은 애초부터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현상이었다. 아울러 이 정책의 시행이 매매시장 회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임대차시장의 불안은 전체 가구의 40%가 넘는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서 국가적인 과제다. 주택 관련 대책은 단기적인 땜질 처방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임대차시장과 매매시장 간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할 수 있는, 보다 장기적인 큰 그림 안에서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