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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오랜만에 톰 모리스를 만났다. 낯선 이와 함께 나타난 모리스가 내게 물었다.

“자네는 파인밸리골프장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골프장으로 손꼽히고 있는 사실은 알테고.그렇다면 그 골프장은 누가 설계했는지 아는가?”

“조지 아더 크럼프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사실은 크럼프 혼자서 설계한 것이 아니래요. 해리 콜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더구나 크럼프는 골프장이 완성되기 전인 1918년에 죽었어요. 그래서 나머지 6홀은 콜트가 메리온골프장을 설계한 휴 윌슨을 불러 함께 완성시켰다고 하더군요.” 모리스가 물었다. “그러면 자네는 콜트를 꿈에서라도 만나 본 적이 있는가?”

“아뇨!”

“이 자가 바로 콜트일세. 한국의 골프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 자에게 보일 만한 골프장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자네를 찾아왔네. 어떤가? 콜트에게 골프장을 한 군데 보여 주지 않겠는가?”

영국에서 최고의 골프설계가로 알려진 콜트를 사람들은 코스설계학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의 규칙위원회의 창설멤버이자 옥스퍼드대와 골프대항전 때 케임브리지대의 주장을 맡은 적도 있다.

이렇게 모리스로부터 콜트에게 골프장을 소개하라는 말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 어떤 골프장을 보여줘야 할까? 영국이나 미국과 달리 한국 골프장을 특징 짓고 동시에 대표할 수 있는 골프장을 보여 줘야 할 텐데….

마침내 필자는 모리스와 콜트에게 경기 여주에 있는 ‘지수화풍(地水花風)360°골프장’을 보여 주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골프장들은 광활하고 평평한 부지에 짓는 영국이나 미국의 골프장들과 달리, 엄청난 토공사가 필요한 산지형에 터 잡고 있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골프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골프설계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360°골프장을 만든 정유천 대표는 코스디자인과 클럽하우스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코스와 클럽하우스가, 각각 개성이 있으면서도 서로 보완적이며 통일성이 있기를 원했다. 마침내 코스설계는 브라이언 코스텔로, 클럽하우스는 건축가 승효상에게, 각각 설계를 맡겼다. 코스텔로는 제주 블랙스톤골프장을 설계해 국내에서도 이미 명성을 얻었던 설계가이다.

승효상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의 조성작업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1년에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을 역임한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자연을 상징하는 ‘지수화풍과 무한공간을 의미하는 360°’를 합성한 작명에서 추측되듯, 이 골프장은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톰 모리스와 해리 콜트에게 자신 있게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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