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가 없었더라도 사소한 실수나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과실로 이어져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민사상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 뿐 아니라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설사 호의를 베풀 의도에서 시작된 일이라 해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법원 관계자는 24일 “안전관리에 대한 주의의무는 상당한 범위 내에서 넓게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반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중과실치상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술이 화근 = 오모(35) 씨는 지난 2012년 전북 군산의 한 주점에서 알코올농도 75%의 칵테일을 주문해 재미삼아 술잔에 불을 붙여 테이블에 놓았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다른 잔을 들고 있던 오 씨가 세게 부딪친 불붙은 술잔이 앞에 서 있던 주점 주인 문모(여·32) 씨의 복부에 쏟아졌다. 문 씨는 불이 옮겨붙어 목과 가슴, 어깨 등에 2∼3도 화상을 입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오 씨에게 금고 8월을 선고했다.

2003년 울산 동구의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마시던 김모(55) 씨는 합석한 40대 여성과 스테이지에 나가 디스코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여성의 겨드랑이를 잡아 들어 올린 김 씨가 회전을 시도하다가 양발이 꼬였고 여성을 바닥에 떨어뜨려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혔다. 피해자와 합의를 했지만 울산지법은 금고 5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관리 부주의 = 울산 북구의 박모(64) 씨는 지난해 자신의 집 앞 텃밭에 사용하는 농약을 음료수병에 넣어 다른 음료수병과 함께 냉장고에 보관했다. 음료수병이 똑같은 모양이었지만 구별하는 표시를 하지 않았다. 지인들이 박 씨의 집에 놀러와 냉장고에서 농약이 든 음료수병을 꺼내 마셨다. 박 씨 역시 이 모습을 지켜봤지만 순간 농약인지 깨닫지 못하고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농약을 마신 피해자는 전치 6개월의 진단을 받았고, 울산지법은 박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모(여·62) 씨는 자신의 집에서 진돗개 등을 키웠다. 세입자들이 거주하고 있었지만 통행로와 떨어진 곳에서 개를 키우지 않았고, 줄을 묶지 않고 풀어놓을 때도 많았다. 개들이 몇 차례 세입자를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결국 세입자 3명이 팔과 다리 등을 물려 전치 2∼4주의 진단을 받았고 2012년 서울중앙지법은 김 씨에게 금고 6월을 선고했다.

◆고의 없었더라도 처벌 = 2009년 대구의 한 골프장에서 친구 3명과 티샷을 기다리던 권모(30) 씨는 연습스윙을 하다가 뒤에 있던 경기보조원(캐디) 강모(여·39) 씨의 얼굴을 때렸다. 드라이버 헤드 부분에 맞은 캐디는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안구 파열로 실명 진단을 받았다. 대구지법은 “골프채에 맞으면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므로 주위에 사람이 있는지 충분히 확인할 주의 의무가 있다”며 권 씨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