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10월 들어 양국 관계에 의미를 부여할 ‘4대 기념일’에 중요한 인사교류는커녕 친선관계를 표시하는 어떤 메시지도 없이 그냥 지나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두 나라 지도부는 중국 국경절인 신중국건립일(10월 1일), 북·중 국교수립일(10월 6일), 북 노동당창건일(10월 10일)에 이어 중국군의 6·25전쟁 참전일인 25일도 친선관계에 대한 각별한 표시 없이 지나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중국군의 6·25전쟁 참전 64주년이 되는 25일은 중국이 혈맹을 위해 참전한 날로 정전기념일보다 더 의미 있는 날로 보기 때문에 이날 양국이 내놓을 메시지는 향후 북·중 관계를 전망해 볼 수 있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돼 왔던 게 사실이다. 마오쩌둥(毛澤東)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가 자신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을 참전시키고 끝내 전사(戰死)에 이르게까지 하면서 실질적인 혈맹을 과시한 날이라는 점에서다.

소원해진 양국 관계는 중국의 만류에도 북한이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한 이후 틀어지기 시작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그해 12월 권력 2인자이자 ‘친중파’였던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올 들어 장관급 교류는 완전히 단절됐고, 북한은 주민들을 상대로 중국을 비판하는 사상교육까지 할 정도로 동맹관계가 무색할 정도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중국군의 6·25전쟁 참전 63주년을 기념하는 특집기사를 실으며 “피로 맺은 양국의 ‘동지적’ 친선관계를 계승, 발전시키자”고 강조했다.

당시 노동신문은 ‘전화의 불길 속에서 두터워진 동지적 우의와 친선’이라는 제목의 논설을 통해 “중국인민의 항미 원조는 숭고한 이념과 위업 실현을 위한 혈전의 길에서 맺어진 조·중 친선이야말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고한 불변의 유대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양국 사이의 우애를 강조했었다.

하지만 북·중 수교 65주년이었던 지난 6일에는 양국 고위 관계자의 상호 방문조차 없었다. 5년이나 10년 단위의 이른바 ‘꺾이는 해’였지만 고위 인사의 방북은커녕 어떤 발표도 나오지 않았다. 북한은 중국의 신중국건립일에도 ‘북·중 친선’ 문구가 빠진 축전을 보냈고, 중국은 이에 단 두 줄짜리 답장을 보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북한의 정권수립일(9월 9일)을 맞아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축전을 전달했지만 양국 간 친선을 강조하는 내용이 생략됐다. 북한은 올해 북·중 우호조약 체결일(7월 11일),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을 맞아서도 중국과 축전을 교환하지 않았다.

올해 중국을 찾은 북한 주요 외교라인의 장관급 인사가 한 명도 없고, 중국에서도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과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평양을 찾았을 뿐이다.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중국이 북한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언론 성명에 동참하자 ‘줏대 없는 나라’라는 식으로 비꼬았다. 또 시 주석이 북한보다 먼저 남한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자 ‘대국주의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군의 참전일에 북한 군 지도부가 마오안잉이 묻힌 평안남도 회창군의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묘’에 참배할지, 평양 모란봉 구역의 중·북 우의탑에 화환을 제공하는 행사를 할지, 노동신문 사설이 어떻게 나올지가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계기들”이라면서 “지금으로 봐서는 의미 있는 행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