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측이 지난 13일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30일 갖자고 제안한 가운데 북 측이 2주 가까이 되도록 묵묵부답이다.

정부가 제시한 접촉 목표일을 6일 앞두고 북 측은 조선중앙통신 등 공식 매체를 총동원해 남북 대화의 필요성과 남 측의 대화 분위기 조성 책임만 강조하고 있을 뿐 가타부타 말이 없다. 25일로 예고된 남 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남북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삼겠다는 전략이 뚜렷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한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조국통일연구원백서’에서 남 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선전포고’로 규정하며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앞서 지난 23일 조선중앙통신은 ‘올바른 대화 자세와 입장부터 갖추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지금의 북남 관계 상황에서는 마주 앉아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며 “대화를 하겠다면 올바른 대화 자세와 입장부터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이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물리적으로 저지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거론하며 “이것은 우리를 자극하는 또 한 차례의 도발행위로서 제2차 북남 고위급 접촉이 일정에 올라 있는 현 북남 관계의 발전에 엄중한 장애를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분위기 조성이 급선무이다’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며 상대방에 대한 비방 중상과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매체가 강조한 ‘올바른 대화 자세와 입장’ ‘우리를 자극하는 도발’ ‘분위기 조성’ 등에 숨어 있는 속내를 해석해 보면 결국 북 측은 남북 고위급 접촉에 나설 의지는 감지되지만 대북전단 살포가 대화 분위기를 망치는 심각한 장애 요인이라는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남 측 정부가 오는 25일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단속하는 성의를 보이면 올바른 남북 대화의 자세라고 평가하고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남북 고위급 접촉에 부정적인 북 측 내 강경파들이 대북전단 살포를 파국의 빌미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남 측 정부가 북 측의 요구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남북 접촉이 무산될 경우 그 책임을 남 측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