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금천구 가산동 씨앤엠로보틱스 내 실험실에서 주상완(왼쪽 세 번째) 최고기술경영자(CTO)가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한 학습근로자에게 자동화 시스템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씨앤엠로보틱스 제공

“채용해서 바로 일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한 상황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을 채용하는 것이 큰 용기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 친구들 역량에 100% 만족하고 있어요.”

22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자동조립 및 압입시스템 전문 중소기업 ‘씨앤엠로보틱스’사무실에는 20세 안팎의 앳된 청년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정밀 기계와 씨름하고 있었다.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숙련기술자의 길을 택한 학습근로자들이다. 주묘희 씨앤엠로보틱스 대표이사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기계를 다루는 일이라 직원들은 전기전자, 소프트웨어, 통신 등 전반적인 기술을 다 알아야 한다”며 “대졸자 중에서는 그런 사람이 드물어 인력 미스매치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씨앤엠로보틱스는 2000년 설립된 벤처기업으로 정밀부품 조립 및 압입 자동화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다. 임직원 4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지만 현대자동차와 일본 토요타 등 자동차 대기업과 거래하는 알짜배기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씨앤엠로보틱스는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출신 고졸자들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

주 대표는 “대졸자들은 공과대학을 나왔어도 이론 위주 교육만 받다보니 숙련기술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재교육에 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 습득도 더뎠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2012년 10월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졸업생 4명을 채용해보니 이론을 잘 몰라도 몸에 익힌 ‘기능’ 덕분에 업무를 금세 따라왔다는 것이다. 씨앤엠로보틱스는 기능이 뛰어난 고졸 출신 직원들이 보다 심화된 기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론교육에도 힘을 쏟았다. 그는 “학교에서 기술을 익힌 친구들은 기초 학력이 약한데 영어, 수학, 물리 등을 가르치면 몸으로 익힌 기술의 원리를 하나하나 터득해 나간다”며 “이를 통해 동기유발이 되고 더 숙련된 기술자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찌감치 고졸 직원들의 가능성을 인지한 씨앤엠로보틱스는 2013년 10월 정부가 추진하는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했다. 한국폴리텍대학 출신 학습근로자 4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1년 동안 현장교육 656시간, 이론교육 244시간 등 총 900시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습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을 쪼개 기계 메커니즘, 기계요소 설계, 설계도면 작성 등 이론 교육을 하루 2시간씩 받고 있다. 지난 2월 폴리텍대 메카트로닉스학과를 졸업한 뒤 학습근로자로 입사한 박종명(25) 씨는 “취업을 앞두고 기술 공부를 더 해서 역량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고민을 많이 했다”며 “졸업 직전 교수님이 일학습병행제 기업에 가면 일도 하고 학습도 할 수 있다고 추천해 주셔서 씨앤엠로보틱스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론 공부를 더 해서 장래에 자동화시스템 설계·관리자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씨앤엠로보틱스는 일학습병행제 우수 시행 기업으로 인정받아 2015년부터는 가산디지털단지 일대 34개 기업 117명의 학습근로자를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할 수 있는 ‘듀얼공동훈련센터’로 선정됐다. 여력이 부족한 기업을 대신해 씨앤엠로보틱스가 산업인력공단이 인증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씨앤엠로보틱스가 이처럼 일학습병행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공업고등학교를 나와 일본 오사카(大阪)대에서 기계공학 박사를 수료한 주상완 씨앤엠로보틱스 최고기술경영자(CTO)의 남다른 경력 때문이다. 2011년 기능한국인에 선정되기도 한 주 CTO는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박 씨와 같은 이론과 기능을 두루 겸비한 인재가 많이 나와야 기술집약형 중소기업들의 미래가 밝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한다. 씨앤엠로보틱스는 2014년 2월 졸업이 예정된 특성화고 학생 5명을 선발해 2기 학습근로자로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