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충북함 진수식 해군이 2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다섯 번째 차기 호위함(FFG)인 ‘충북함’ 진수식을 거행하고 있다. 해군 제공

갈수록 구조화·조직화하고 있는 방산부패 커넥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최고의 전문성을 확보한 민간 중심의 획득 전문가를 대거 수혈해 방위사업청을 미국이나 유럽식의 전문가 집단으로 변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무기획득 관련 업무를 군에서 민간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방산 및 무기획득의 문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계와 방산 전문가들은 “획득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방사청 인력 대부분이 획득 관련 기본교육조차 이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책사업인 수조 원대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군피아(군대+마피아)와 방산업체 관계자들이 무기 소요단계에서부터 방사청 통합사업관리팀(IPT)이나 육·해·공군 전력기획실 등이 해야 할 일을 대행까지 하며 깊숙이 개입, 군피아가 창궐하고 방산비리가 비집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으로는 대한민국 방산의 미래, 나아가서는 국가 안보를 책임질 수 없다는 우려다.

◆ 민간 전문가 양성 절실 = 무기획득·전력정책의 전문성과 정보력이 떨어지는 현재의 인력 구조 탓에 외국 선진 방산업체와 교류하며 해외 정보력에 밝은 방산업계와 군피아들에게 휘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국방획득관리학을 전공한 김종하 한남대 교수는 “전문성이 부족한 방사청 IPT 인력 구성상 구체적인 전력지원요소 작성은 극히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산 획득 분야에서의 문민화 실패가 방산 부패·비리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잇따라 터져 나왔다. 진성준(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방사청 국감에서 “당초 국방부는 2005∼2009년 국방 문민화를 달성할 계획이었으나 방사청 문민화는 정권이 바뀐 뒤 중단된 상태”라며 “그 결과 지금도 개청 당시 공무원 군인 편성 비율과 변동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방사청은 2006년 개청하면서 조직의 안정적 운영과 민간 유입을 통한 군 현역들과의 ‘잡종 교배’ 원칙에 따라 과도기적으로 공무원과 군인의 정원 편성 비율을 각각 49%(807명)와 51%(835명)로 정하고 점차적으로 군인을 공무원으로 대체하는 문민화를 추진키로 했으나 실패로 귀결됐다. 실제 올해 3월 기준 방사청의 공무원 군인 비율은 각각 49.7%(821명)대 50.3%(832명)로 2006년 개청 당시와 별반 차이가 없다. 미 국방부 획득군수실(AT&L) 등 방산 선진국 국방획득부서의 시빌리언 비율인 미국(89%), 영국(84%), 프랑스(74%)와 현격한 차이가 난다.

◆ 이공분야 엘리트 충원 과제 = 전문가들은 “방산 선진국의 획득전문부서는 대부분 기계·전기·컴퓨터 등 무기체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공계 전공자들이 입사해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로 채워진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군피아 문제는 방사청 문민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방사청에 근무하는 군인의 98%가 계급정년제로 조기 전역해야 하는 상황은 재취업 부담감으로 이어져 방산업체의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방사청 직원들은 최근 ‘통영함 비리’ 등에 연루되면서 국감장에서 ‘방산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인력 구조 개편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