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와 제조사들이 앞다퉈 지원금 상승과 출고가 인하에 나서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얼어붙은 시장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단통법 시행 후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비난을 달래고 정부의 ‘이익분배’ 요구에 화답하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17일 이통 3사및 제조 2사 최고경영자(CEO)와 긴급 조찬 간담회를 갖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통사와 제조사들의 이 같은 조치는 단통법 이후 얼어 붙은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다. 실제 9월에 하루평균 1만7000건에 달했던 이통 3사의 번호이동건수는 단통법이 시행된 10월들어 1만1000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제조사들도 휴대전화 판매가 단통법 시행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와 제조사 입장에서 시장이 얼어붙는 것보다 두려운 상황은 없다”면서 “조치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압박에 화답한다는 취지도 강하다. 정부 내놓을 특단의 대책에 이통사와 제조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통신 요금인하 압박과 출고가 인하를 위한 ‘분리공시’ 등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마다 한 번씩 공시할 수 있어 그나마 탄력적 운영이 가능한 지원금과는 달리, 통신요금은 경직성이 강해 한 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 어려워 이통사 이익 하락과 직결된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날 지원금 인상과 출고가 인하와 함께 가입 시 부담하던 1만1880원(VAT포함)의 가입비를 11월부터 전면 폐지키로 했다. 애초 이통사들은 정부와 협의해 2015년 9월까지 가입비를 완전 폐지키로 했으나 SK텔레콤이 폐지 시기를 약 10개월 앞당긴 것이다.

SK텔레콤은 가입자 혜택 강화를 위해 차별적 상품도 내놨다. SK텔레콤은 신규가입·기기변경 이후 180일간 동일 요금제를 유지하면 이후 요금제 하향 변경에 따른 할인 반환금을 면제시켜주는 ‘프리미엄패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전날 KT는 요금할인에 대한 약정을 없앤 신규 요금제 출시와 함께, G3비트 등 일부 단말기의 출고가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도 조만간 이에 상응하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