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전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말실수’ 논란은 한 두 번이 아니다. 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미 잦은 말실수를 저질렀던 그는 버락 오바마 정부 2기 국무장관이 된 뒤에도 ‘가벼운 입’으로 곳곳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한반도 관련 사안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4월 이후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계속 이어지던 와중에 그는 “북한이 조용해졌다”고 언급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 7월 20일 미국 NBC 방송에 출연한 케리 장관은 “주지하다시피 지난해 4월 중국을 방문한 이후부터 북한이 이전보다 조용해졌다”며 “최근 중국과의 전략경제대화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아직 북한 비핵화에 대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진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자국의 안보 차원에서 제일 우려하고 있는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북한이 자제하고 있는 점을 표현하려던 것으로 다분히 국내정치적 발언이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어서 한국 등 관련국가로서는 수긍하기는 어려운 평가였으며, 미국 내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되자 국무부 대변인이 “과거 우리가 전달해 온 것과 다른 의미를 전달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수습하고 나섰다.

케리 장관은 지난해 4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지도자들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사일방어망(MD) 증강이 왜 필요했는지 설명한 뒤, 이를 철수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밝혀 한국 등 우방국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는 “위협이 사라진다면, 즉 북한이 비핵화된다면, 그런 시점에서 그러한 강화되고 전진배치된 (미사일) 방어망 같은 것을 우리가 가질 당위가 존재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면서 “우리가 그런 (미사일 방어망 감축·철수) 조처를 취할 수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의 희망이고, 단기적으로는 더욱 좋을 것이다”고 밝혔었다. 이는 MD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이 같은 공개적 언급은 우방국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중동에서도 중요한 순간 케리 장관은 말실수를 했다가 논란이 되자 이를 번복하는 등 소동을 빚었다. 지난 4월 말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협상이 결렬될 것으로 보이자 “이대로 가면 이스라엘은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과거 인종차별정책)국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으나 친이스라엘 정치인들이 강하게 비판하며 사임까지 요구하자 그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