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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업·우리은행의 도쿄(東京)지점 불법대출 자금 규모가 67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돼 부실한 내부 통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부당대출을 주도했던 전직 도쿄지점장들의 도를 넘은 비자금 유용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 전직 지점장들은 개인이 최대 30억 원가량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는가 하면 비자금으로 개인 카드대금 납부나 부동산 구입비용, 대부업체 운영자금 등에 펑펑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용태(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계 은행 도쿄지점 검사 요약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과 일본 금융청 검사를 통해 적발된 국민·기업·우리은행 도쿄지점 불법대출 규모는 총 684억5000만 엔(현재 환율기준 6767억3777만 원)으로 확인됐다. 현재 원·엔 환율이 엔저현상으로 100엔당 900원대 후반에 머물고 있는 것과 달리 부당대출이 이뤄졌던 지난해 이전에는 원·엔 환율이 최고 1400원 이상으로 치솟았기 때문에 부당대출 액수는 7000억 원대를 훨씬 넘을 것으로 계산된다.

검사 과정에서 부당대출 관련자로 적발된 6명(국민 4명, 기업 2명, 우리은행은 심의절차 진행 중)의 전직 지점장들의 비위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전직 3명 지점장과 1명 부지점장 등 4명은 불법대출 과정에서 총 39억 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들은 가족 명의 계좌 등을 통해 자금을 수수하거나 도쿄지점 근무기간 중 한국에 수시로 입국해 엔화를 원화로 환전한 후 본인 및 배우자의 계좌에 직접 입금하는 수법으로 불법자금을 관리해 왔다.

특히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도쿄지점 부지점장으로 재직했던 B 씨는 부지점장 재직 시 대출해 준 한 회사의 관련인으로부터 가족 명의 계좌 등을 통해 약 13억 원을 수수하는 등의 불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이 돈을 전세자금(12억 원)이나 카드대금(8억 원) 등에 사용했다. 지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지점장을 지낸 C 씨는 불법조성한 5100만 원의 자금을 이용해 본인 및 배우자 명의로 일본에 부동산임대회사를 소유·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업은행의 전 지점장 D 씨도 27억 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해 일본 현지 부동산을 매입하고, E 씨도 32억 원을 조성해 일본 현지 부동산 매각대금 등을 국내에 반입해 국내 부동산을 매입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12월 중에 1심 판결을 받을 예정이다.

김 의원은 “자체 검사에서도 부당대출을 발견해내지 못한 은행의 부실한 내부 통제 시스템과 부당대출의 전결권을 휘두른 지점장들의 부도덕성 등 모두 문제가 있다”면서 “매년 해외점포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면서도 비위 사실을 제대로 적발해내지 못한 금감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만큼 감독 당국의 감독 체계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