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6일 248만㎡에 달하는 인천 서구 소재 ‘수도권 제2매립장’에서 트럭이 실어온 쓰레기를 포클레인이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지난 16일 인천 서구 수도권 제2매립장.

바닷가를 메워 만든 248만㎡에 이르는 이곳 매립장에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경기 지역의 쓰레기를 수거한 트럭 50여 대가 들어온다.

서울·경기 지역의 쓰레기들이 모두 이곳으로 몰리다 보니, 하루 쓰레기양이 1만3000t에 이르고, 감독 등을 위해 투입되는 인력만 하루 250여 명이나 된다.

수도권 매립장은 서울시와 환경부가 523억 원을 투자해 1540만㎡ 규모로 건립했으며, 1992년부터 수도권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매립하고 있다.

제1매립장은 2000년에 이미 매립이 완료됐고, 매립지 위에 골프장을 조성해 이용 중이다. 제2매립장은 매립 가능 용량 2억2800만t 중 이미 87%가량이 소진됐다.

이에 따라 2016년 12월까지만 매립이 가능한 상태다. 이에 따라 서울과 경기 지역의 쓰레기를 처리할 공간이 더 이상 없어 ‘쓰레기 대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매립지 사용 연장’ 주장과 ‘종료 후 대안 물색’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이해 당사자들끼리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 환경부는 사용 연장을 해 현재 조성돼 있는 인근 지역 3·4 매립 예정지를 이용하는 방안을 원하고 있고, 인천시는 매립지 사용 종료 후 다른 지역에서 쓰레기 매립지를 물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피시설 입지 놓고 지자체 간 갈등= 전문가들은 쓰레기 매립지를 둘러싼 갈등은 ‘공공갈등’인 동시에 지방자치단체 간 서로 이해관계를 놓고 다투는 ‘지자체 갈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갈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심준섭(행정학) 중앙대 교수는 “쓰레기 매립지 갈등은 정부(환경부)와 지자체(서울, 인천, 경기)가 서로 얽혀 있는 수직적 갈등 양상과 광역시 간 수평적 갈등(서울·경기와 인천)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보통은 수평적 갈등이거나 수직적 갈등인데 매립지 갈등은 여러 갈등이 동시에 얽힌 데다, 이해관계가 다른 주민들의 갈등까지 더해져 갈등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기피시설 입지 선정을 두고 지역 주민들이 의견을 달리하는 ‘입지 선정 갈등’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편익 주체와 피해 주체 달라 갈등 해결 난항= 인천시와 서울시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은 쓰레기 매립지에 오는 쓰레기 대부분이 서울·경기 지역 쓰레기인데, 쓰레기 매립지는 인천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고 있다. 편익은 서울·경기 시민들이 보는데, 피해는 오롯이 인천시민이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이곳에 매립된 345만56t 중 인천시 쓰레기는 64만3729t으로 18.66%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 2010년 수도권 매립지 일부가 포함된 ‘경인 아라뱃길 조성’ 때 서울시가 벌어들인 부지매각 대금 1025억 원을 서울시 재정에 세입처리 하겠다고 주장했다가 인천 지역에 재투자하라는 인천시의 주장과 대립하며 갈등을 빚다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5년으로 나눠 매각대금을 인천시에 재투자하기로 한 일도 기존 쓰레기 매립장 갈등을 심화시킨 요인이 됐다.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은 “수도권 매립지를 통해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가 편의를 보는데, 매립장으로 인한 악취 등의 피해는 인천시만 보면서 피해와 편익의 대상이 불일치해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으로 인한 공공갈등이지만 동시에 지자체 간 갈등이라는 특성을 갖는데, 각각 자기 지역주민의 편익만을 우선시하는 데서 갈등이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처음부터 매립지 선정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이지 못한 기준으로 선정됐다는 주장도 있다. 윤영봉(토목공학) 전남대 교수의 2006년 논문 ‘폐기물 매립지 적지선정을 위한 평가방법 개발’에 따르면 “매립지 적지선정을 위한 과정은 환경적, 사회적, 기술적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인근 주민에게 건강상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역을 선택해야 하므로 매우 복잡한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매립지 선정시 적용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해묵은 갈등에 주민 사이 갈등도= 수도권 매립지를 둘러싼 갈등이 20년 넘게 지속되면서 갈등 당사자인 지역 주민들이 시위를 하거나 피켓을 붙이는 등 구체적으로 갈등이 표출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데 반대했던 대다수 시민은 골프장, 공원 등의 편의시설이 들어온 데다 인근 주민 우선고용정책 등 혜택을 보게 됐다. 이에 따라 매립지 조성·이용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주민들도 생겼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대표기구인 수도권 매립지 주민지원협의회는 공식 입장표명을 거부하고 있다. 매립지 사용 연장과 관련, 주민들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 주변 주민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수도권 매립지 인근 A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여·37) 씨는 “비가 오고 습하면 냄새가 나고 공기가 좋지 않아 아이에게 유해할까 염려된다”며 “골프장을 조성해준다고 해도 나와 상관없는 혜택이고, 쓰레기 매립장 같은 혐오시설이 있으니 전세를 주려고 해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집값이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또 다른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모(여·43) 씨는 “과거에는 반대하는 주민들이 꽤 있었지만 쓰레기 냄새도 나지 않고 오히려 환경이 좋아졌다”면서 “일부 지역 집값도 오히려 오르고 이곳이 발전돼 만족하는 주민도 많다”고 말했다.

인천=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