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업계 1위인 대보그룹이 임직원 20여 명의 차명계좌를 통해 수십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 계좌에서 뭉칫돈이 현금으로 반복적으로 빠져나간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고 용처 확인에 나섰다.

21일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대보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1부(부장 서영민)는 대보그룹의 계열사인 대보정보통신의 임직원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임직원 20여 명의 차명 계좌를 통해 수십억 원대 비자금이 관리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최등규(66) 대보그룹 회장의 지시로 문진일(55) 대보정보통신 대표, 김진경 대보정보통신 상무 등이 임직원들의 계좌에 급여와 상여금 명목으로 한 번에 수천만 원씩 입금하는 방식으로 지난 2007년부터 지난 2012년까지 6년여 동안 수십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자금 규모는 5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회사에 명의를 제공한 임직원 20여 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윗선의 압박에 못 이겨 차명계좌 개설을 위한 명의를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임직원들은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명의가 무단으로 도용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 일부가 대보그룹의 관급 공사 수주를 위한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과 문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도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다. 김 상무는 이미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대보그룹의 횡령 및 로비 정황을 포착하고 9월 15일 대보그룹 본사와 대보정보통신, 최 회장과 문 대표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