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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대규모 공사 등을 수주해 오더라도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10건 중 7건은 해외 금융회사가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금융회사의 국제 경쟁력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얘기다. PF 대출은 프로젝트를 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해주는 금융 서비스를 뜻한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대동(새누리당) 의원이 한국산업은행의 제출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등이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수주한 해외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PF(한국수출입은행 또는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보증 조건) 대출 규모는 121억7000만 달러(약 12조9000억 원)였다.

그러나 이 중 27%에 해당하는 32억8000만 달러만을 국내 금융회사가 맡고, 나머지 73%에 해당하는 88억9000만 달러 규모의 PF 대출은 해외 금융회사가 독차지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점유율만 보면 한국정책금융공사 14%, 산은 7%, 시중은행 6%에 그쳤다.

올 상반기만 해도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프로젝트 수주 규모만 375억1000만 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해마다 여기서 파생되는 막대한 PF 대출 일감을 고스란히 해외 금융회사에 내주고 있는 꼴이다.

특히 세계 9위의 PF 대출 규모를 자랑해온 산은도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산은의 지난해 PF 취급 규모는 10조440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7% 증가했으나 해외용은 8%(8400억 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92%(9조6000억 원)는 국내용이었다. 그마저도 해외 PF 취급 규모는 2011년 9000억 원, 2012년 8600억 원, 2013년 8400억 원으로 해마다 감소하고있다.

지난해 세계 PF 시장 규모는 총 4180억 달러였으며, 자금공급 형태별로는 대출(2970억 달러·71%)이 압도적인 가운데 자본참여(663억 달러·16%), 채권발행(547억 달러·13%)의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박대동 의원은 “해외 PF 사업은 글로벌 상업은행(IB)들과 직접 경쟁해야 하지만 국내 금융기관의 금리 경쟁력이나 해외경험 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국내 건설사 등도 글로벌 IB를 금융자문·주선기관으로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미 국내 PF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변한 상태여서 금융계와 산업계의 해외 동반 진출 등과 같은 적극적인 해외 PF 시장 개척 노력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