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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150주년을 맞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소외계층과 개발도상국까지 모두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에 동등한 접근권을 보장받도록 앞장서겠습니다.”

자오허우린(趙厚麟·사진) ITU 사무차장은 20일 문화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오는 23일 부산에서 193개 회원국 투표로 선출할 예정인 ITU의 수장인 사무총장 선거에 단독 후보로 출마했다. 이변이 없는 한 ITU의 다음 4년을 책임지는 ITU 수장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중국 출신의 자오 사무총장 체제가 출범하면 지금까지 미국 주도로 운영되던 글로벌 인터넷 관리체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연임 시 최장 8년간 중국이 세계 ICT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을 통한 정치·경제·사회 관리체계(인터넷 거버넌스)에서도 미·중 간 경쟁과 대립이 예상된다.

전 세계 인터넷 주소의 배분 등 관리업무는 미국의 민간기구인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러시아 등은 유엔 산하 별도기구를 만들어 권한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국제기구가 생기면 오히려 국가의 인터넷 정책 개입을 초래해 자율성이 축소된다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자오 차장은 “앞으로 더 저렴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소비자에 맞추려면 국가와 통신사 등 기업들은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며 “ICT의 산업 측면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후생복리 차원에서 갈 길이 멀다”고 역설했다. 전 세계 인구의 60% 이상은 아직 온라인 접속조차 못하고, 30% 이상은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총장에 취임한다해도 혁명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종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신생벤처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ITU의 새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뚜렷히 했다.

그는 “중국의 알리바바를 보라”며 “젊은 세대가 풍부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시장에 자극을 주고 국가경제에 기여함은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을 한데 모아 서로 제휴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공유하는 마당을 조성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오 차장은 “한국은 ITU 발전에 기여한 ICT 1위 국가”라며 “정부·기업·대학들이 글로벌 협업 대열에 적극 동참해 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