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자신의 ‘정기국회이후 개헌 논의 봇물’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하면서 하루 만에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내놨지만 친박(친박근혜)계는 여전히 격앙된 분위기다.

김무성발(發) 개헌론이 ‘큰 꿈’을 염두에 둔 김 대표 측의 계산된 발언으로 보고 강한 목소리로 비판하는 모양새다. 친박계의 격한 반응은 표면적으로는 개헌론이 권력 누수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지만, 향후 친박 대 비박(비박근혜)의 갈등이 예상되는 현안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17일 오전 YTN라디오에 출연, “이 시점에 개헌론이 나라에 도움이 되고 여당에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하다”며 “국회의원 3분의 2가 개헌에 찬성하지만 여야 모두 내부에서 백가쟁명식, 중구난방식 논의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추진해 간다면 민생은 실종되고 여의도는 3년 넘게 남은 대선 정국으로 가게 된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김 대표의 순방에 대해서도 “한창 국정감사할 때 국회의원을 11명씩 모시고 중국에 가는 등 김 대표의 행보 자체가 걱정”이라며 “지금 김 대표가 대통령 후보가 돼야 한다는 것에 주변인들이 몰입하는 것 같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은 “하필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으로 한국을 떠난 사이에, 박 대통령이 간곡하게 ‘경제 블랙홀’이라고까지 평가했던 개헌론을 김 대표가 끄집어 낸 것은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 해도 어떤 의도를 가진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의 고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왜 그렇게 급한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여당 내에서는 김 대표의 발언을 ‘제2의 세종시 수정안 파동’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정면 반발’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0년 6월 세종시 수정안 표결 당시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 내 친이(친이명박)계 주류는 세종시법을 고치기 위해 수정안을 통과시키려 했다. 이에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세종시법 원안 고수’를 내세웠는데, 김 대표는 소신이란 이유로 수정안에 찬성했었다. 이를 계기로 친박계 좌장격이었던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정치적 결별의 수순을 밟아야 했다.

친박 진영의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김 대표가) 정기국회까지는 당에서 일절 개헌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를) 언론인에게도 당에서 부탁드린다”고 수습에 나섰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