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사과 뒤 웃음 김무성(오른쪽)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전날 중국 상하이에서 밝힌 개헌 입장에 대해 “불찰이었다”고 사과한 뒤 이완구 원내대표와 겸연쩍게 웃고 있다. 김연수 기자 nyskim@munhwa.com

중국에서 개헌론에 불을 지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하루 만인 17일 꼬리를 내렸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 참석해 전날 중국 상하이(上海) 개헌 발언과 관련, “불찰이었다”고 사과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탈리아 아셈(아시아유럽회의)에 참석하고 계시는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김 대표는 “중국에서 제가 예민한 개헌 논의를 촉발시킨 것으로 크게 확대 보도된 데 대해 해명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정식 기자간담회가 다 끝나고 식사하는 시간에 저와 같은 테이블에 있던 기자와 환담하던 중 개헌에 관한 질문이 있었고, 민감한 사항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제 불찰로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가 당초 참석대상도 아닌 당 공식회의에 나와 직접 ‘상하이 발언’을 적극 해명하고 나선 것은 개헌 발언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정기국회 후 봇물처럼 터질 개헌논의를 막을 수 없다”는 상하이 발언은 열흘 전 박 대통령이 ‘블랙홀’이라며 개헌 논의 불가 입장을 밝힌 것에 항명하는 의미로 비쳤고,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또 지난 7월 당 대표 선출 이후 박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왔던 김 대표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당·청 관계의 파열음을 넘어 조기 레임덕까지 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특히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워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까지 나오자 서둘러 파문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국감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과 발언’이 또 다른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하자 “내가 스타일 구기는 것이고, 바로 꼬리 내렸다고 해석될 것”이라면서 “그런데 그건 내가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섣부른 상하이 발언 ‘불찰’은 집권여당 대표이자, 잠재적 차기 대선주자로서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 이미지에 적잖은 손상을 입혔다. “정치개혁의 근본적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김 대표를 평가했던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당장 “집권여당 대표가 개헌 이야기를 했다가 청와대 눈치를 보는 사태야말로,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가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이걸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김 대표의 ‘불찰’과 ‘사과’가 결과적으로 당 안팎에서 끓고 있는 개헌론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돼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