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측과의 접촉에 잇달아 파격적인 인사를 내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비공개 대화에서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측이 변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이와 관련, 북핵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병진노선이나 한국을 외면한 채 국제사회와 손을 잡으려는 봉남(封南)노선 등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기존 돌파구 모색이 모두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북한 정권이 안정적이고 새로운 ‘출구’를 찾아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는 이르면 오는 30일 열릴 수도 있는 제2차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이 의미 있는 합의에 이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4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실세 3인방을 전격적으로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에 참석시킨 데 이어 15일 남북 군사당국자 회담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군부 내 최측근인 김영철 국방위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을 단장으로 내보냈다. 대장급이 남북 군사회담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야말로 파격의 연속이다.

최근 대북 접촉에 참여했던 정부 당국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같은 북측의 변화는 대화에 나서는 인물 면면의 파격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들은 “비공개 대화였던 만큼 공개되지 않은 게 있다”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갔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이는 최근 15년 만에 유엔 외교무대에 장관급을 보내면서까지 국제사회의 손을 잡아보려던 북한 당국의 시도가 무위에 그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의 병진노선이 미국의 ‘전략적 인내’, 중국의 외면 등으로 한계를 보임에 따라 북한이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본과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김정은 체제가 어쩔 수 없이 남측의 손을 잡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이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를 위한 실질적인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5·24 조치는 경제적인 제재뿐 아니라 (우리 정부의) 대북 심리전이 재개됐다는 의미도 있다”며 “북한 체제의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김정은 체제의 성격상 5·24 조치 해제는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밀라노=오남석 기자 greentea@, 정철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