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15일 군사 당국자회담을 벌인 데 이어 제2차 고위급 접촉을 추진 중인 가운데, 북측이 비공개로 진행된 군사 당국자회담에서 남북 간 현안을 대화로 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보인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이는 북측이 5·24대북제재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위해 남측과 적극적으로 타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외교·안보라인 고위 당국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측이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북측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진정성이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은 분명히 갖고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북측이 제2차 고위급 접촉 등 향후 이어질 대화에서 자신들의 진정성을 입증해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핵심 측근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영철 국방위 정찰총국장 등 무게감 있는 인사들이 잇달아 대화의 장에 나오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15일 비공개 회담에서 공개할 수 없는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군사 당국자회담에서 남과 북 사이에 의미 있는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고, 다른 전문가도 “북한이 5·24조치 해제와 관련해 남측과 타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측은 지난 7일 황병서 총정치국장 명의로 된 전통문에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의 ‘긴급 단독접촉’을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남북 협의 과정에서 조정을 거쳐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만나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북측이 남북 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오는 30일 열자고 제안해 놓은 제2차 고위급 접촉에서 5·24조치 해제 등을 위한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북측이 5·24조치의 원인이 됐던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포괄적인 유감을 표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밀라노 =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방승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