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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웅 / 무형유산창조협력위원회 위원장

우리 옛 문화의 향기를 오롯이 담고 있는 역사도시 전주에 들어선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김홍동)의 아름다운 건물이 돋보인다. 지난해 7월 준공식을 마친 이 건축의 설계는 공모를 통해 당선된 뛰어난 건축가 장윤규 씨가 맡았는데, 6만㎡의 대지에 들어선 1만8000㎡ 규모의 건물은 우리 무형유산을 지원할 공간의 ‘틀’을 마련하는 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건축가는 우리 궁궐 건축의 거대한 회랑(回廊)에서 국립무형유산원 건물의 공간 개념을 추출했다고 한다. 회랑 내 공간을 이용하기에 적당한 크기로 분절해 열린마루(아카이브-전시 공간), 얼쑤마루(공연 공간), 전승마루(교육 공간), 어울마루(국제 교류 공간), 누리마루(리셉션-멀티미디어 공간), 도움마루(운영 지원 공간), 사랑채(숙박 공간) 등으로 구성 배치한 것이다.

무형유산원은 지난 1일 정식 개원해 개원일부터 오는 12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열림 한마당’을 개최 중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우리나라 무형문화유산의 창조적 계승과 가치 확산은 물론,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의 보호와 전승에 앞장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출발했다. 세계적인 무형유산의 가치 확립을 향한 복합 기관인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전승자들을 지원하며 그들에게 공개 발표의 장을 제공하고, 국민이 무형유산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며, 무형유산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구축·활용하는 모든 활동을 수행할 계획이다. 보유자와 전승자들에게는 희망이 되면서 무형유산이 대대로 전승될 수 있는 해법도 마련될 터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멋과 맛을 간직한 전라북도 전주시에 보금자리를 튼 것도 우연이 아니다. 무형문화유산의 전승과 확산의 거점이 될 많은 기대를 안고 있는 것. 국립무형유산원은 전국 대상의 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지역사회와도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한다. 곧 전북과 전주를 대상으로 이 지역 무형문화재 지원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지역 무형문화재 전승자 및 문화예술인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도움과 관심이 절실하다. 예산과 인력이 사업 성공의 핵심 열쇠이기 때문이다.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 이는 우리가 다시 가다듬어 유존(遺存)시켜야 할 유산들은 과연 어떤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눈에 보이는 유형문화유산들도 알게 모르게 방치되고 훼손되는 상황에서 무형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의 문제는 많은 사람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애정과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는, 그것이 지니고 있는 가치에 대한 올바른 깨달음과 이의 공유가 중요하다. 무형문화유산의 가치가 올바르게 인식된다면 보전과 전승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다. 따라서 국립무형유산원은 다양한 방식으로 무형유산의 가치를 국민에게 알리고 인식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정부 차원의 도움으로 보전과 전승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철저하게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

앞으로 국립무형유산원이 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고, 국민의 기대도 높다. 그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의 관심과 사랑이 첫째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둘째요, 보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열정이 셋째다.

이 세 가지가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룰 때 우리의 국립무형유산원은 명실공히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지켜내고 그 가치를 새로이 이뤄내는 세계적인 기관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