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군 입대를 앞둔 류 모씨는 병역 면제를 노리고 스스로 발기부전제 주사를 놓고 양쪽 고환과 전립선을 적출했다. 그러나 류 씨는 이 같은 ‘엽기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무청에 병역 면탈이 적발돼 처벌받았다. 올해 최모 씨는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큰 소리가 나면 팔다리가 저절로 움직인다”며 이상운동증 증상으로 위장하다가 적발됐다. 최 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으며 병역을 면탈하려던 목적 또한 달성하지 못했다.

병역 면제를 시도하다 적발된 건수가 다시 크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엽기적인 면탈 사례들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정미경(새누리당) 의원이 10일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병역 면탈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11년 15건, 2012년 19건에 불과했던 병역 면탈 적발 사례가 지난해 48건으로 전년 대비 두 배 반으로 늘었다. 올해도 8월말까지 벌써 30건이 적발됐다.

특히 병역 면탈을 위한 수법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 하나를 잃었던 김모 씨는 손가락 두 개가 없으면 현역 입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 2013년 미리 구입해둔 작두로 자신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잘랐다.

그러나 결국 병역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았다. 김 씨보다 2년 먼저 손가락과 병역을 맞바꾸려던 박모 씨도 결국 적발돼 1년6개월의 실형으로 군생활을 대신했다. 중증 아토피 환자였던 A 씨는 고의로 아토피 환부를 자극하고 치료를 방치해 군 면제를 시도하기도 했다. ‘문신’은 신종 병역 면탈 수단으로 떠올랐다. 전신 또는 상반신 가득 문신을 해서 군대에 가지 않으려다 적발된 사례는 2011년 3명에서 2013년 10명, 2014년 8월까지 12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또다른 최모 씨는 미국 중학교를 중퇴한 뒤 다른 중학교에 입학했으면서도 이를 은폐하고 학력을 속여 군대를 가지 않으려다 적발됐다. B 씨는 정신질환으로 군 면제 등급을 받은 뒤 인터넷에 “아픈 데 없고 정신도 멀쩡한데 군 면제를 받았다”고 자랑하는 글을 게재했다가 처벌받았다.

정 의원은 “병역을 고의로 기피하는 사람들로 인해 묵묵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며 “불법으로 병역을 기피한 사람들이 발을 뻗고 잠잘 수 없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