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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임기를 시작한 민선 6기가 8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지만 단체장들이 취임 3개월도 안돼 “일단 당선되고 보자”며 내걸었던 공약들을 잇달아 파기하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물론 지방의원들의 막말, 막가는 행동 등이 속출하고 있다.

또 관사 신축 시도 등 주민들의 이익보다 권위부터 챙기려다 주민 반발로 무산되는가 하면 일부 대권 잠룡들은 지역 현안보다 차기 주자로서의 이미지 부각 등 대권 가도를 의식한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임기 초반 주도권을 쥐려는 집행부와 의회 간 ‘힘겨루기’ 구태도 여전해 단체장의 핵심 공약사업이 시작도 못하고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는 등 지난 100일 동안 소리만 요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 수두룩= 8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동 주민들로 구성된 송도국제도시총연합회는 “인천시가 송도 액화천연가스(LNG)기지 가스탱크 증설 계획을 승인한 것과 관련해 유정복 시장이 공약을 파기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유 시장은 후보 시절 총연합회와의 면담 때 “송도 LNG기지 인근이 해군 인천방어사령부(인방사) 이전 1순위 지역으로 돼 있다”며 “주민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인방사를 무의도 남단으로 옮기는 것을 관철시킨 뒤 송도 LNG기지 증설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는 지난 8월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한국가스공사가 5600억 원을 들여 2018년까지 20만㎘ 규모의 LNG 저장탱크 3기 등을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송도 LNG기지 증설안을 조건부 가결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공약 306건 가운데 27건을 없던 일로 했다. 이 지사는 고교 무상급식 시행을 약속했지만 당선 후 400억∼5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분석에 따라 이를 철회했다. 또 공공산후조리원 및 대학생 공공임대주택 지원 ‘1004행복프로젝트’, 스포츠 산업단지 조성, 11개 시·군의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안전도시 지정 추진 등은 투자에 비해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로 공약에서 제외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도시철도 2호선 기종을 노면전철로 변경한다”고 공약했다가 “자기부상열차로 결정한 전임 시장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며 한 발 물러섰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6·4 지방선거 당시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보육교사 공무원화’를 공약하자 ‘보육교사 수당 인상’으로 맞서며 당장 내년부터 월 10만 원씩 지급하고 50만 원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으나 도의 재정상황을 고려해 2016년부터 점진적으로 추진키로 수정했다.

◆막말·폭력·‘힘겨루기’ 구태 여전= 집행부와 의회 간 볼썽사나운 대립으로 곳곳에서 주요 현안사업들이 발목을 잡히는가 하면 막말과 폭력 등의 구태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김성일(진해구) 경남 창원시의원은 지난 9월 16일 시의회 정례회에서 시가 야구장 건립 부지를 진해구에서 마산회원구로 변경한 것에 항의하며 단상에 앉아 있던 안상수 시장에게 계란을 던져 결국 구속됐다. 이 때문에 시청 간부들이 의회에 대해 서류제출 요구나 간부공무원의 출석을 거부하겠다는 강경대응 입장을 밝히자 의회는 안 시장의 주요 공약사업인 조직개편안과 시정발전연구원, 미래전략위원회, 균형발전위원회, 산업진흥재단의 신설과 운영에 필요한 조례안을 줄줄이 보류했다.

이건식 전북 김제시장도 지난 4일 시의회 행정지원위원회가 집행부의 조직개편안을 부결시켰다는 이유로 행정지원위가 끝난 뒤 김제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 후 “저런 것들이 무슨 시의원이냐”는 폭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창원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