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사들이 실시하는 대학평가를 둘러싸고 교육계 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학생들이 나서 대학평가 거부를 선언하는가 하면 일부 대학은 “교육여건 개선은 뒷전이고 1년 내내 평가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평가 거부 움직임 = 경희대·고려대·국민대·동국대·서울대·성공회대·연세대·한양대 등 8개대 총학생회는 6일 대학평가 순위를 발표한 한 언론사를 찾아가 대표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줄세우기식 대학평가를 거부하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학은 평가순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유학생들을 마구잡이로 끌어들이고 학생 기숙사 대신 화려한 대리석 건물을 짓고 있다”며 “교육 커리큘럼, 학내 자치 문화 등을 비교하지 않는 평가는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대학생들의 평가 거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9월 고려대 총학생회는 대학평가 거부를 선언하면서 “대학의 본질을 훼손시켜 대학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대학을 기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돼 올해는 8개 대학 총학생회가 대학평가 발표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 대학 측은 더 불만 = 대학평가는 입시철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다. 이 때문에 대학에서는 좋은 학생 선발을 위한 학생평가에 주력해야 할 시기에 언론사의 대학평가를 함께 준비해야 해 불만이 많다. 특히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실시하는 연중 대학평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수의 언론사가 진행하는 대학평가도 준비해야 하므로 ‘교육’보다는 ‘평가’가 주가 돼 버린 상황이다.

현장은 더 심각하다. 재학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휴학시기를 늦추기도 한다.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복수학위제를 강요해 학교를 더 다니게 하기도 한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규정에도 없는 ‘인턴조교’를 만들어 학교가 일괄 채용한 것처럼 처리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교육부 감사에서는 이 같은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 ‘정량지표’를 높인 16개 대학이 적발되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평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는 총장 명의의 공문이 오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해 정량지수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