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월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천공원에서 레디앤스타트가 진행한 ‘멘토와 함께하는 도시락 DAY’ 행사에서 멘토와 취업준비생들이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레디앤스타트 제공

“당신은 이미 누군가의 꿈입니다. 청년이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함께해 주세요.”

취업난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청년들에게 사회 선배들이 멘토링을 제공할 수 있도록 사다리 역할을 해주는 사회적기업 ‘레디앤스타트(Ready&Start)’는 10월 창업 2주년을 맞았다.

조윤진(30) 레디앤스타트 대표는 “실제 대학캠퍼스를 찾아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큰 고민은 진로문제와 이 문제를 어떤 ‘사람’에게 상담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었다”며 “레디앤스타트의 소셜 멘토링 프로그램 ‘잇다’(사람들을 이어준다는 의미)는 그 나이 때 같은 고민을 거친 사회 선배들과 학생들을 이어주는 네트워크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지인 한둘에게 청년들의 멘토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고, 이들이 몇몇 취업준비생들을 상담해준 것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시작이었으나 성장세는 빨랐다. 지난 2년 동안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총 2500명의 취업준비생들이 레디앤스타트를 거쳐갔고 국내 300명, 해외 20명의 멘토들이 취업준비생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눠줬다.

레디앤스타트의 소셜 멘토링 프로그램 ‘잇다’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는 상명대, 성신여대, 서울여대, 세종대 등 서울 소재 대학에서 진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조 대표는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요즘 대학교들마다 가장 큰 고민이 취업률 높이기인데 막상 학생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뭔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며 “저희는 단순히 현직자에게 취업스킬을 듣거나 단기캠프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적성·심리 검사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설정하면 이 직업에 해당하는 1대1 멘토를 이어줘서 멘토의 경험을 공유하고 진로를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320명에 달하는 잇다의 멘토들은 순수한 재능기부자들이다. 직종은 대기업 직원, 변호사, 의사, 기술자, 교사, 승무원, 디자이너 등 다양하다. 주로 30∼40대로 생업에 바쁜 이들이지만 ‘나도 저 나이 때 저런 고민했었지’라는 생각에 대학생 후배들에게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적극적인 멘토링을 제공해 주고 있다.

조 대표는 “30∼40대 멘토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힘든 시기를 지나왔기에 취업난 때문에 힘들어하는 청년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자신들의 경험이 청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며 “내부 기준에 따라 심사를 거쳐 멘토단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멘토단 참여 기준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사회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경험과 지혜를 나눠주고 싶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주 1회 이상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통한 멘토링이 가능해야 한다.

또 해당 직종에 경력이 2년 이상이어야 한다. 3가지 조건을 갖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전화나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뒤 멘토 승인 심사를 거쳐 멘토단 참여 여부가 결정된다.

이들이 제공하는 멘토링은 단순히 ‘세상은 넓다. 힘을 내라’ ‘결국엔 잘 될 것이다’ 같은 유의 메시지가 아니다.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진로를 먼저 가본 선배들의 실질적인 경험, 꼭 해야 할 것들, 그리고 지나고 난 뒤 그때 이랬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시행착오까지 구체적인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멘토링을 통해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막연함을 걷어내고, 미래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취업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만큼 멘토링 프로그램 참여는 무료다.

레디앤스타트는 그 대신 ‘멘토와 함께하는 도시락 데이’ ‘멘토와 함께하는 벽화 그리기’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며 기업들로부터 후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 몇몇 대학에서 유치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조 대표가 레디앤스타트 창업을 결심한 시점은 2007∼2008년 그 자신이 대학졸업을 앞두고 취업준비를 하던 당시였다. 조 대표는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수십 군데 기업에 원서를 넣다 보면 대학생들은 어느새 도전보다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익히게 되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 높은 스펙쌓기에 골몰하면서 정작 기업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왜 입사지원을 하는지는 모르게 된다”며 “이 길을 먼저 가본 선배들과 이어질 수 있는 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반도체 회사에 취직해서 3년 동안 사업자금 3000만 원을 모았다. 2011년 퇴사한 뒤 2012년 10월 레디앤스타트를 설립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제2기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돼 창업지원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서울시 공유기업, 양천구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등록됐다.

조 대표는 “현재 300여 명인 멘토가 1000명이 넘으면 사회 선배가 후배를 지원해 주고 세대간 연결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내에서 문화로 자리잡은 이후에는 비슷한 사회문제를 가지고 있는 중국, 일본 그리고 대만으로 진출해 청년과 현직자 멘토를 잇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