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골프장에 가면 “날아오는 공 못지않게 캐디를 조심해야 한다”는 우스갯말이 나돕니다. 얼마전 한 골프장의 캐디가 국회의장 출신 70대 노(老)정치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를 하면서 ‘골퍼와 캐디’관계가 새삼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 여성 캐디는 이 정치인의 추근거림을 참다 못해 라운드 도중 골프장 측에 교체를 요청했고, 9번째 홀에서 다른 캐디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 여성 캐디는 경찰로 달려가 고소했습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홀마다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 성폭력 관련 단체에서 성명을 내고 엄정한 조사와 단호한 처벌, 그리고 정부의 대책까지 촉구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낯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골퍼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지방의 한 골프장에선 50대 남성이 홀 앞에서 퍼팅라인을 알려주는 20대 캐디에게 “다리를 더 벌려라. 그래서 들어가겠냐”라고 했고, 그것도 모자라 캐디의 팔을 당겨 끌어안기도 해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했습니다. 중소기업 대표인 50대 남성은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며 캐디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고, 캐디는 골프장 측에 성추행 사실을 알린 뒤 경찰서로 달려갔습니다.

골프장 500개 시대를 맞은 우리나라에서 캐디는 어림잡아 3만 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프로 지망생인 남자 캐디도 있지만 대부분은 20대 젊은 여성들입니다. 골프장들이 이왕이면 젊고 예쁜 여성을 우선 채용하기 때문입니다. 캐디는 골퍼의 조력자이자 그 골프장의 전문 가이드지만, 골퍼와 갑을 관계 혹은 주종 관계로 변질돼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렇다 보니 캐디를 막 대하는 ‘진상 골퍼’들이 넘쳐납니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은 최근 캐디들의 요청으로 명찰을 모자에 달도록 변경했습니다. 그 이유가 가슴 쪽에 붙어 있던 명찰 때문에 손님들의 시선이 집중되거나 심지어 이름을 확인한다며 가슴을 만지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신사의 스포츠답게 매너있는 골퍼도 많습니다. 캐디가 말하는 ‘매너 골퍼’는 자기가 칠 클럽을 직접 가져가고, 볼 마크를 스스로 하고, 캐디가 클럽을 건네줄 때마다 ‘고마워요’하며 웃는 골퍼들이라고 합니다. 진행이 늦다 싶으면 서둘러 뛰어 다니고, 그늘집에서 캐디에게 음료수라도 하나 챙겨주고, 숲으로 간 공을 웃으며 안 찾아도 된다고 말하고, 경기후 수고했다고 진심으로 말해주면 ‘환상 골퍼’대접을 받는다고 합니다.

골프치기 좋은 계절이 왔습니다. 4시간여 라운드 동안 캐디에게 행여 의심을 살 만한 행동으로 꼬투리 잡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골퍼들의 덕목 중 하나가 캐디를 공경해야 한다는 것이 요즘처럼 절실할 때가 없는 듯합니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만큼 우리 골퍼들의 매너지수도 함께 높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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