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집단 폭행당한 대리운전 기사가 29일 사건 수사 초기에 경찰이 외부에서 지시나 압력을 받은 듯한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가해자인 전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 임원들은 경찰 조사 없이 병원에 갔지만, 오히려 피해자인 대리운전 기사는 병원에 보내주지 않아 경찰 조사를 마친 뒤에야 병원에 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경기 부천시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대리운전 기사 이모(52) 씨는 이날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처음 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경찰들이 ‘이리 오면 어떻게 해’, ‘이쪽으로 가라니까 왔지’라는 말들을 주고 받는가 하면 매우 분주한 느낌이었다”면서 “보통의 폭행 사건 수사 때와는 다른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출동한 경찰관에게 “지구대로 가지 말고 형사계로 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인 셈이다.

이 씨는 또 “사건 발생 후 폭행당한 것이 억울해 상황을 설명하러 경찰서로 갔는데 경찰이 몸은 괜찮은지, 병원에 안 가도 되는지 전혀 묻지 않았다”면서 “조사를 받다 몸이 너무 아픈데 병원부터 먼저 가면 안되겠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지만, 경찰이 피해자 진술을 받아야 사건 처리가 되는 만큼 참아달라고 해서 2시간 30분 동안 아픈 몸으로 조사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경찰이 추가 조사를 위해) 병원으로 와서도 폭행 조사보다 ‘하루에 몇 시간 일하느냐, 얼마나 버느냐’ 등만 조사하려고 해 사건의 본질을 모르는 것 같아 한때 진술을 거부하기도 했다”며 “경찰이 집단 폭행을 당한 나한테 누가 무엇으로 어디를 몇 대 찼느냐는 등 일방적으로 맞은 사람이 알 수 없는 질문만 해서 답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의원님 앞에서 버릇 없이 군다는 말을 들었고 내가 ‘의원이면 의원이지 무슨 의원이오’라고 하니 김 의원이 ‘나 국회의원이야’라면서 명함을 줬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의원님 앞에서 굽실굽실 해야 되나요’라고 묻자 또 다른 세월호 유가족이 ‘당연히 그래야지’라고 답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 씨가 병원에 가겠다는 주장을 묵살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이 씨가 조사 중에 아프다면서 먼저 가겠다고 한 적이 없다”면서 “아프시면 모셔다 드리겠다고 했더니 집에 가서 쉬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