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전명선 전 진상규명분과 부위원장을 새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세월호특별법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을 앞장서 비판하는 등 강경파로 꼽혀온 전 위원장이 대책위의 수장이 되면서 강경 기조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21일 오후 6시 경기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합동분향소 옆 경기도미술관에서 총회를 열고 유족 350여 명(229가족)이 모인 가운데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집행부 7명을 새로 뽑았다.

이 자리에서 전 위원장은 전체 229표 중 154표를 얻어 다른 3명의 후보를 여유 있게 제쳤으며 김성실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은 167표, 유병화 심리치료생계지원분과 부위원장은 126표, 박종대 진상규명분과 부위원장은 111표를 얻는 등 대부분 유효표의 과반을 넘는 득표로 선출됐다. 유경근 대변인, 최성룡 장례지원분과 부위원장, 김재만 진도지원분과 부위원장은 단독 출마를 해 투표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압도적인 득표율과 고성 한 번 오가지 않는 총회 분위기 등 투표는 잡음 없이 무난히 치러졌지만 새 집행부 면면에서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 책임을 지고 직접 연루된 유가족을 포함해 9명의 집행부가 사퇴했지만 이 중 전 전 진상규명분과 부위원장은 위원장에 선출됐고, 유병화 부위원장, 유경근 대변인은 유임돼 모두 3명이 새 집행부에서도 그대로 활동하게 됐다.

특히 전 위원장은 지난 8월 19일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을 반대하는 데 앞장서는 등 대책위에서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혀 전 위원장 체제에서 기존 투쟁 노선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부 유가족들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새 집행부 노선에 대한 우려도 내놓고 있다. 총회에 참석한 유가족 김모(36) 씨는 “갈등 정국을 잘 풀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모(여·38) 씨는 “신임 위원장이 기존 지도부 사람이고 김병권 전 위원장과 친분이 깊어 혹여 기존 지도부가 복귀하거나 대책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안산 = 이근평·강승현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