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야당을 이끌어온 다른 당대표들과 비교할 때 상당히 합리적인 시국 인식을 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문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지난 19일 문화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 이어 22일 타 언론들과 한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은 어떤 경우든 국회에서 활동해야 하고 국회가 멈춰서는 안된다 ▲국회의 현안과 법안은 여야의 양보와 협상으로 진행돼야 한다 ▲계파는 국익과 당익에 앞설 수 없다 등의 시국 인식을 내비쳤다.

문 위원장은 이날로 143일째 ‘본회의 법안처리 제로(0)’의 상황도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워낙 계파에 휘둘려온 야당의 분위기 속에서 문 위원장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위원장은 세월호특별법 여야 3차 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언론을 통해 나타난 발언을 종합해 보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대신 조사위와 연계된 특별검사제 추천에서 유가족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복안이 읽혀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권·기소권’에 대해 선을 그은 데다, 유가족의 대리운전 기사 폭행 논란이 불거지며 여론까지 불리하게 흐르는 상황에서 택한 ‘현실론’으로 보인다.

문 위원장은 스스로 ‘의회주의자’라고 밝혔듯 국회 정상화에 상당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 위원장은 “세월호법 문제가 풀려 정기국회 일정에 들어가는 게 누가 봐도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국회의원이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팽개쳐선 안 된다”며 “시한을 정해두고 접점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야당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계파문제에 대해서는 “자기네만 독점하겠다는 데서 분파주의가 생기고 당이 지리멸렬해진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또 “당이 지리멸렬한 난파선인데 쥐새끼처럼 혼자 살려고 달아나면 안 된다. 당내 윤리위원회를 강화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당내 인적쇄신에 대해서는 “인적쇄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유일하게 유권자”라고 했다.

야당의 불안정한 리더십은 문 위원장에게는 장애요소다.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11년간 지도부 교체가 25번이나 이뤄졌다. 같은 기간 새누리당(전신 한나라당 포함)의 지도부가 15번 교체된 것과 비교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야당에서는 대권과 당권이 분리되면서 계파정치로 인해 늘 불안정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회창-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인해 확실한 주류가 존재해왔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