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9일 서울대 언어교육원 1층에 위치한 자락당 매장에서 고객들이 중고품을 쇼핑하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세상의 모든 물건은 중고가 됩니다. 이 물건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재사용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합니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중고 물건들을 구입해서 이를 되팔아 자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자락당의 김성경(32) 대표는 “사람들이 물건을 소비한 다음 버리고 싶은 물건, 제값 받고 팔고 싶은 물건, 쓸 만한데 중고시장에 내놓기는 번거로운 물건 세 가지가 있다”며 “자락당은 이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물건을 가진 지역 주민들이 매장에 들러 한 번에 중고품을 처리할 수 있도록 가격 책정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지역 주민들이 오랜 기간 빨랫대로 사용해온 집안 운동기구와 몸무게가 늘어 입지 못하게 된 옷, 취향이 바뀌어 더 이상 착용하지 않는 액세서리 등을 매장으로 가져오면 한번에 값을 받고 처리할 수 있다.

자락당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중고품들을 구입하고, 이를 매장에서 재판매한다. 지역 주민들이 가지고 온 물건에 자락당이 1만 원을 적정 가격으로 제시할 경우, 판매자가 이 물건 가격을 현금으로 받아가면 그 가격의 30%를 지급하고, 매장 내 다른 물건으로 교환해 가면 물건 가격의 50%를 지급한다. 만약 이 물건을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싶은 고객은 매장 내에 일정 기간 위탁 형태로 진열해 놓을 수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도 팔리지 않을 경우 다시 회수해 가야 하고, 팔렸을 경우에는 판매 가격의 30%를 자락당에서 수수료로 받는다. 지난해 법인 등록을 마친 자락당은 현재 서울 마포구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서울시 공유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코이카 국제협력단으로 스리랑카에서 보낸 군 생활이 계기가 되어 이 같은 사회적기업을 창업했다고 한다. 그는 “스리랑카에 가서 보니 우리는 충분히 재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너무 쉽게 버린다는 걸 느끼게 됐다”며 “가난하지 않더라도 다시 쓸 수 있는 건 다시 쓰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회적 문화를 한국에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락당에 앞서 중고품 판매로 유명해진 ‘아름다운가게’는 자락당의 영업 방식과는 뚜렷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아름다운가게는 모든 물건을 선의에 따라 기부 받고 수익금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그래서 아름다운가게의 수거물품 중 56%는 폐기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락당이 추구하는 기업 목표는 아름다운가게와 같은 기부와 봉사가 아니라 중고품 재사용의 극대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을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쓸 만한 물건을 버리는 대신 남이 대신 쓸 수 있게 판매하도록 고객에게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고품에 대해 보상하고 회사에는 적절한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중고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그 물건이 아직도 상품가치를 갖고 있다는 의미이고, 쓸 만한 물건을 주면 보상해주겠다는 것이 자락당의 전략”이라며 “자락당의 기업활동을 통해 중고품에 대한 사회적 문화 자체가 바뀌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락당은 현재 마포구 공덕동과 관악구 서울대 언어교육원 2곳에 정식 매장을 갖고 있다. 각각 지난해 8월과 11월에 문을 열었다. 매장이 위치한 지역이나 대학의 공동체 안에 들어가 중고 문화를 뿌리 내린다는 의미에서 ‘공동체형 중고문화 마켓’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김 대표가 재사용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 2010년 서울대 재학 시절 캠퍼스 내에 돗자리를 깔고 자신이 쓰지 않는 물건을 무턱대고 판매했던 일이 계기가 됐다. 재미로 시작한 일인데 의외로 학생과 교직원들의 호응이 좋았다.

2011년 4월부터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캠퍼스 내 벼룩시장으로 발전했고, 현재까지 4년 동안 동아리 형태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졸업 후 김 대표는 중고마켓을 정식으로 사업화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자원의 선순환’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수익 창출’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충족시키는 사업구조를 어떻게 확립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대학생 신분으로 캠퍼스에서 벼룩시장을 열다보니 뜻을 함께하는 구성원들이 생겼고,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도 뚜렷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사회적기업을 창업한다는 것은 훨씬 복잡한 일이었다. 그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회적기업은 구조를 남긴다고 생각한다”며 “이제까지 세상에 없는 기업구조를 창조해내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락당은 현재 월 매출이 1200만∼1500만 원으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기반 경영에서 더 나아가 중고 거래가 더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온라인 매장을 오픈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아직 임직원 7명 규모의 스타트업이다 보니 마케팅이나 온라인 사이트 개설 등에 힘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온라인에서 중고 물품에 대한 가치가 연결되고 유통되는 순간 더 많은 수익이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