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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아시안게임 초반부터 한국 스포츠에 거센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까지 획득한 금메달 12개 가운데 4개가 예상치 못했던 ‘2인자’에게서 나왔다. 그동안의 1인자에겐 아쉬운 일이지만, 한국 스포츠의 미래엔 훈훈한 바람이 아닐 수 없다.

세대교체 선두주자는 고교생 명사수 김청용(17·흥덕고)이다. 김청용은 21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하루 동안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전에는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 선배들과 함께 금메달을 합작하더니, 오후엔 사격 간판스타 진종오(35·KT)를 제치고 시상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섰다. 한국 선수단의 첫 번째 2관왕이자 한국 사격 사상 아시안게임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김청용은 사격에 입문한 지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우상이었던 진종오마저 단숨에 넘어섰다. 오른손잡이 위주의 사격계에서 왼손잡이로서의 핸디캡도 극복했다. “3년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산소에 찾아가 인사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힌 그는 2016 리우데자이루올림픽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유도에선 김성연(23·광주도시철도공사)이 희망이 됐다. 김성연은 같은 날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유도 70㎏급 결승에서 일본의 아라이 지즈루(21)를 어깨 메치기 절반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중량급인 70㎏급은 사실 기대 종목이 아니었다. 세계는 물론 일본, 몽골 등의 벽이 높았다. 또 김성연은 2010 광저우대회 금메달리스트인 황예슬(27·안산시청)의 그늘에 늘 가려 있었다. 그러나 지난 6월 대표 선발전에서 황예슬을 꺾고 태극마크를 단 후 결국 제 몫을 해냈다.

지난 이틀 동안 4개 종목의 금메달을 싹쓸이한 펜싱에선 ‘2인자’들의 유쾌한 반란이 잇따랐다. 이라진(24·인천 중구청), 전희숙(30·서울시청)이 각각 ‘언니들’을 누르고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라진은 20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고교 선배인 김지연(26·익산시청)을 제쳤다. 이라진은 “큰 대회에서 언니를 이긴 건 처음”이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전희숙은 21일 열린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중국의 리후이린(25)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보탰다. 이 종목에서 오랫동안 대들보 역할을 했던 남현희(33·성남시청)를 준결승에서 잠재웠다. 선수생활 12년 만에 ‘1인자’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야구에선 박병호(28·넥센)가 ‘대한민국 주포’의 세대교체를 노린다. 22일 태국과 치르는 첫 경기에서 김동주-이승엽-이대호를 잇는 새로운 아시안 히어로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아시아 수영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일본의 신성 하기노 고스케(20)는 21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200m 자유형 결선에서 1분45초23의 일본 신기록으로 박태환(25·인천시청)-쑨양(23)의 양강체제를 무너뜨리고 세대교체를 알렸다.

인천=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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