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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의 역사를 써온 정보기술(IT) 업계의 스타 래리 엘리슨(70·사진) 오라클 창업자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18일 외신에 따르면 엘리슨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CEO직을 사임하고 최고기술경영자(CTO) 겸 이사회 회장으로 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후임 CEO는 마크 허드, 사프라 카츠 사장이 공동으로 맡는다. 이로써 오라클은 1977년 창업 이래 37년 만에 처음으로 CEO를 교체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 이어 엘리슨이 물러나면서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1세대 창업주 대부분이 경영 일선에서 떠나게 됐다.

업계에서는 엘리슨의 사임이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밀리고 있는 오라클의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하향세인 오라클에서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몇 년간 오라클은 수십억 달러를 들여 신진 기업들을 인수하면서도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서 고전해왔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어떤 문제가 닥쳐도 엘리슨의 문제는 아니다. 엘리슨은 넷스위트, 세일스포스 등 클라우드 컴퓨팅 업계의 다음 주자로 꼽히는 회사들의 대주주”라고 전했다.

어린 시절 입양돼 양부모 밑에서 자랐고, 대학을 중퇴한 뒤 맨손으로 IT업계를 개척한 엘리슨은 저돌적인 경영전략뿐 아니라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라이프스타일로 ‘실리콘밸리의 악동’으로 불렸다. 지난해 스톡옵션을 포함해 총 7840만 달러를 받아 미국 최고 연봉 CEO로 꼽혔던 그는 1억 달러가 넘는 저택에 살면서 대형 요트와 제트기를 광적으로 수집하다 자금난에 시달리기도 했었다. 2012년에는 하와이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인 라나이섬의 98%를 매입해 화제가 됐다. 4번 결혼하고 4번 이혼한 화려한 여성 편력도 유명하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