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성향 따른 모임 경계… 공정한 인사시스템도 시급”

사법부가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이념화·정치화를 견제하기 위한 고강도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법관들이 우리법연구회와 같은 정치적 성향을 띠는 모임을 갖는 것을 자제하고 법관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헌법학계의 원로’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1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해도 법관은 정치권의 의견과 여론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일수록 더욱 엄정한 법의 잣대에 따른 심판을 해야만 재판 결과에 대한 비판이 있어도 다수의 국민에게 판결 결과를 설득할 수 있고 그래야만 사법부의 권위가 바로 선다”고 말했다. 그는 “법치 선진국인 독일은 사법부를 입법부, 행정부와 같은 도시에 두지 않을 정도로 사법부의 독립을 중시한다”며 “사법부의 이념화·정치화는 나라 발전을 위해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우리법연구회와 같은 법관들의 조직 문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립을 생명으로 하는 법관들은 ‘모임’을 갖는 것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성향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조직인 ‘모임’ 활동을 지속하다보면 성향이 굳어져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관은 개인적인 정치 성향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관 연수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부장판사 출신 황정근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에서 실시하는 법관 연수에서 법조 윤리 교육 과정을 개선 및 강화해야 한다”며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법관들에게 법조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사법부의 정치화가 전체 법관들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일부 법관들의 문제가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법관 윤리 교육 강화 등의 방법으로 일부 법관이 이념화·정치화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관 인사 등 법관 인사가 공정하게 이뤄지는 것도 사법부의 중립 회복을 위해 중요한 요소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관이 특정 정치세력의 추천을 받기 위해 시류에 영합하는 판결을 하는 순간 법관의 독립은 훼손돼 이 나라의 법치주의는 설 자리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