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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들어 한국의 원화가 미국 달러화에 비해 사실상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화가치 약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글로벌 환율 전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추가 금리 인하 등의 대책을 통해 이 같은 환율 전쟁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하나대투증권이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한 지난 6월 4일 이후 지난 12일까지 주요 32개국 통화의 미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 변화율을 분석한 결과 원화는 -0.9% 변동해 소폭 절하된 것으로 집계됐다.

원화보다 절하율이 낮거나 오히려 절상된 통화도 8개였지만 모두 환율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바스켓·페그제(특정 통화에 대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일정 수준에 고정시키는 방식)를 채택하고 있거나 기준금리 인상 이슈가 있는 국가의 화폐였다. 원화보다 절하율이 낮거나 절상된 통화 중 중국 위안화(1.9%)와 홍콩 달러화(0.0%), 싱가포르 달러화(-0.4%)는 바스켓·페그제 환율제도를 갖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 링깃화(1.3%), 필리핀 페소화(-0.2%)는 7월 이후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고 대만 달러화(0.2%) 등은 내년 1분기 내 기준금리 인상 이슈를 갖고 있다. 반대로 한국은 오히려 8월 기준금리가 인하된 점을 감안하면 원화가 사실상 하반기 들어 가장 강세를 띤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로 원화는 7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뉴질랜드 달러화(-3.3%),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2.3%), 콜롬비아 페소화(-5.0%)보다도 통화가치 절하율이 낮았다.

24개국 가운데 절하율이 가장 컸던 통화는 러시아 루블화(-7.2%)였고 이어 스웨덴 크로나화(-6.7%), 칠레 페소화(-6.6%)의 순이었다. 유로화(-4.7%), 일본 엔화(-4.3%)는 한국 원화보다 절하율이 4배 이상 컸으며 영국 파운드화는 -2.8%의 절하율을 기록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글로벌 환율전쟁’은 6월 ECB가 각종 통화완화 정책을 통해 적극적인 경기 진작에 나서자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재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