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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케티 파리 경제대 교수의 ‘21세기 자본’(글항아리) 한글판이 출간, ‘피케티 논쟁’이 본격 점화된 가운데 자본주의와 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출판계의 ‘현실 자본주의’ 바로보기 붐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피케티 주장에 대한 찬반이라는 자장에서 출발하지만, 이 안에 머물지 않고 자본주의와 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고찰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피케티 주장의 핵심은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소수 부유층에 자본이 집중, 불평등이 심화된다며 이의 대안으로 글로벌 자본세와 최고 80%에 이르는 누진세를 제시한 것이다. 한국판 출간 이전부터 일기 시작한 피케티 논란은 한글판 출간과 함께 더욱 뜨거워지면서 출판계, 학계는 물론 정치 경제계까지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피케티 찬반 논란=‘21세기 자본’ 출간에 이어 피케티가 18일 방한, 대중 강연에 나서면서 피케티 열풍은 더욱 강하게 몰아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우파 자유주의 학자 7명은 ‘21세기 자본’을 비판한 ‘피케티 21세기 자본 바로읽기’(백년동안)를 내놓고, 연속 토론회와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순회 북콘서트를 마련하며 ‘피케티 열풍’에 맞서고 있다.

이들은 피케티 주장이 지나치게 직관적이며, 한국 상황에는 맞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필자로 참가한 안재욱 경희대 교수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는 것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지만 미국, 유럽과 우리의 실상은 많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좌승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불평등이야말로 경제성장의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피케티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선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의 ‘위대한 탈출: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한경BP)도 ‘21세기 자본’과 나란히 출간됐다. 디턴 교수는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피케티 주장과 정반대로, 자본과 경제성장이 어떻게 인류를 빈곤과 궁핍의 열악한 삶에서 탈출시켰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피케티 주장에 대한 찬반을 넘어 한국 자본주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진단한 ‘한국 자본주의’(헤이북스)를 내놨다.

장 교수는 피케티의 주장이 많은 관심을 끌지만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국가들에서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에 늘 앞선다는 피케티의 부등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장 교수는 선진국이 불평등의 모순에 빠진 과정이나 배경이 한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한국적 자본주의의 지향점으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상정했다.

물론 이 같은 저자의 고민은 분배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한 피케티 주장과 궤를 같이하지만, 장 교수는 피케티가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자본세 도입 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자본론을 다시 읽다=한편 ‘피케티 열풍’은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다시 보기 붐을 일으켜 ‘자본론’ 관련 책이 줄을 이어 출간되고 있다. 최근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자본론 공부’(돌베개)에 이어 경제학자 신승철의 ‘욕망 자본론’(알렙), 황태연 동국대 교수의 ‘21세기와 자본론’(중원문화)이 출간됐고, 독일의 좌파 사상가 로베르트 쿠르츠의 ‘맑스를 읽다’(창비), 프랑스 철학자 앙리 페나 뤼즈의 ‘돈이 왕이로소이다: 마르크스와의 인터뷰’(솔) 등도 나왔다.

이는 2008년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 이후 ‘자본’을 재해석한 책들이 출간되면서 형성된 ‘마르크스 르네상스’ 상황에서 ‘21세기 자본’ 신드롬이 가세하면서 그 기세가 더욱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정작 피케티 본인은 ‘자본론’을 읽지 않았고,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비판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으나 넓게 보면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라는 점에서 ‘자본론’ 다시 읽기를 포함한 광범위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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