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당국의 막걸리 규제 완화가 ‘탁상행정’ 논란에 휩싸였다. 막걸리를 담는 용기를 대형 사이즈도 쓸 수 있도록 풀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냉담한 반응을 듣고 있다.

3일 국세청에 따르면, 주세행정규제 철폐 차원에서 막걸리 제조업체가 2ℓ 이상의 대형 판매 용기도 쓸 수 있도록 지난 6월 ‘주류의 제조, 저장, 이동, 원료, 설비 및 가격에 관한 명령위임고시’ 일부를 개정했다.

현재 대부분의 막걸리 용기는 750㎖이며 일부는 1ℓ도 쓰고 있다. 국세청은 고시를 바꾸면서 “영세한 막걸리 업체의 용기 구입 및 물류 비용을 아끼고,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임으로써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국산 막걸리 시장의 활성화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시큰둥하다. 정작 3개월이 지났는데도 완화된 규격 완화 조치를 이행하는 움직임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대형 막걸리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막걸리 시장이 예전보다 침체된 상황에서, 대형 용기를 쓸 만한 수요가 없다”며 “그 정도면 시골 마을 잔치 때나 쓸 용량”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설 용량이 1ℓ 이하로 맞춰져 있어 규제효과를 체감하려면 시설투자를 다시 해야 하는데 규모가 작은 양조장 등은 언감생심”이라며 “특히 막걸리 자체가 생막걸리여서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용기가 크면 더 버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막걸리 용기 규제 완화 이후 용기를 키우겠다는 업체를 듣지 못했고 시장 조사를 해봐도 마찬가지”라며 “메이저 막걸리 업체나 탁주조합 등은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 조치를 활용하는지 아직 확인된 바 없다”면서 “탁주 제조업체가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어 운영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재정지원을 토대로 시설 개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