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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해소가 시급한 규제암초들은 여전한데….’

3일 오후 열리는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앞두고 재계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른바 ‘손톱 밑 가시’인 작은 규제 외에 ‘발바닥의 대못’처럼 기업 성장동력을 저하시키는 덩어리 규제들은 아직 해소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개혁 의지가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규제개혁의 질(質)을 높이는 획기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이번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도시건축 규제, 인터넷경제, 농업 규제, 지방자치단체 규제 등에 대해 집중 논의가 이뤄지는 반면,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들은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 경기활성화를 꾀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규제의 곁가지만 쳐내는 일시적인 처방이 아닌 핵심인 뿌리까지 들어내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움직임이 미흡한 것 같아 기업으로선 규제개혁 성과의 체감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만성질환형 규제’ ‘적반하장형 규제’ ‘심근경색형 수도권 규제’ ‘실기(失期)형 규제’ ‘감정형 규제’ 등을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암초’ 유형으로 꼽고 있다.

실례로 시·도별로 차이가 있지만 경사도가 20∼25도 이상인 산지의 개발을 불허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만성질환형 규제로 꼽힌다. 서울시내 산지 A호텔의 경우 국내 건축기술로도 충분히 증축이 가능하지만 해묵은 규제에 가로막혀 관광객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 스페인의 파라도르 론다 호텔과 같이 유럽에선 절벽 위나 산 능선에 숙박시설을 건축해 관광자원화하며 외국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대적인 투자로 사업을 일군 기업이 과실이 없음에도 주변 상황 변화에 따라 새롭게 규제를 적용받으며 ‘적반하장’으로 질타를 받는 사례도 있다. B사는 지난 1968년 조성한 공장 부지가 1973년 녹지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여타 공장들보다 20㏈ 이상 강한 40∼50㏈ 소음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이로 인해 조업정지 및 녹색기업 취소 위기 등으로 경영활동에 지장을 받으며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반면 주변 지역은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고 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돼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오히려 자동차 소음이 공장 소음보다 커져 버린 역전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밖에도 덴마크 레고그룹의 투자를 포기시킨 수도권 규제, 현대자동차 뚝섬 신사옥 개발계획 무산 등 기업들이 강한 투자의지를 보여도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발목을 잡아버린 실기형 규제, 대기업 진출은 무조건 막고 보는 감정형 규제 등도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유형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는 환영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해소가 절실한 수도권이나 환경 규제 등은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규제개혁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준까지 성과를 달성하려면 새로 법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뼈를 깎는 혁신의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