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철도시설공단 간부들과 유착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사 3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철도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2일 철도시설공단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고 고속철도 역사 신축공사 수주를 따낸 의혹을 받고 있는 A 엔지니어링, B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건설사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7시쯤 수사관 30여 명을 서울, 경기, 대전에 위치한 각각의 건설사로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각종 서류 등 물품을 확보했다.

건설사들은 고속철도 역사 신축공사 수주 과정에서 공사 발주 업무 등을 담당하는 철도시설공단 전·현직 간부들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200억∼900억 원 규모의 고속철도 역사 신축공사는 중견 및 중소 건설사들의 주요 사업영역 중 하나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로 고속철도 역사 신축공사에 대형 건설사들까지 입찰에 가세하면서 수주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신축역사 발주 및 집행은 철도시설공단이 전부 관할한다.

검찰은 압수수색 자료 분석 결과를 토대로 철도시설공단 전·현직 간부들에게 돈을 건넨 건설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건설사로부터 돈을 받고 공사수주 특혜를 준 공단 간부들도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철도시설공단 간부들을 상대로 로비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건설사들이 회사 돈을 횡령해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들에게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철도 비리 수사를 9월 중순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추가 수사대상에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철도 비리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로 조현룡(69) 새누리당 의원을 구속하고 같은당 송광호(72)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밖에 철도시설공단 전 상임감사 성모(59) 씨 등 여러 명을 구속기소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