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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적자·생활항로에 공영제(公營制)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선사들의 열악한 경영여건 때문에 안전문제가 발생한다고 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99개 항로 가운데 정부가 적자를 보전해 주는 26개 항로가 우선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의 청해진해운과 같은 항로 독과점과 세습화 관행을 없애기 위해 사실상 진입장벽처럼 작용하던 수송 수요 기준도 51년 만에 폐지한다.

해양수산부가 2일 발표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에는 이처럼 정부 지원 등을 통한 여객운송사업 구조개편 방안이 담겼다.

우선 공공기관이 직접 선박운항을 담당하는 연안여객선 공영제가 도입된다. 선사 규모가 작고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선박 노후화, 안전관리 소홀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판단해 정부가 아예 선박을 관리하고 운항도 맡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63개 업체 가운데 자본금 10억 원 미만인 선사는 40개로 전체의 63%나 된다. 여객선을 2척 이하 보유하고 있는 선사도 36개사로 절반이 넘는 57%에 이른다. 2012년 기준 이들 선사의 총 영업이익은 5억4000만 원으로 선사당 900만 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9월중 민관합동 태스크포크(TF)를 구성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안을 마련키로 하고, 적자가 나서 정부가 결손 보상금을 지급하는 보조항로나 섬 주민들이 꼭 이용해야 하는 생활항로를 우선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연안여객 항로 99개 가운데 26개가 보조항로다.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1일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영세하다 보니 안전투자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공선을 띄워 국가적으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입 장벽을 허무는 등 면허제도도 바뀐다. 해운법 시행규칙은 여객선을 추가 투입하려면 새롭게 면허를 신청한 여객선을 포함해도 전체 여객선의 최근 3년간 평균 운송 수입률이 25%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선사의 이익을 보장해주려던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기존 사업자의 장기독점을 부추기고 신규사업자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했다. 99개 항로 가운데 96개가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장관은 “누구든 들어올 수 있도록 해서 경쟁에서 도태되면 시장에서 퇴출되고 우수하면 살아남도록 바꾸려는 차원”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또 안전, 서비스, 신용평가 등 사업자 경영능력에 대한 면허기준을 도입해 우수 사업자의 진입을 촉진하고, 고의·중대 과실로 다수의 인명피해를 일으킬 경우 사업자가 보유한 전체 면허를 취소한 뒤 재진입도 원칙적으로 금지키로 했다. 이밖에 연안여객선이 20년 주기로 대체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등 여객선 현대화 방안도 추진된다. 이를 위해 선박 건조 대출이자의 3%를 정부가 지원해 주는 이차보전 사업 지원 대상을 늘리고 대출 규모도 확대한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