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이 발상부터 정도(正道)를 벗어나고 있다. 공무원연금 지급액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그로 인해 공무원들이 현행보다 적게 받게 되는 금액만큼 국가재정(財政)으로 다시 지급하겠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공직 생활을 시작하는 전원을 대상으로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1일 알려진 방식의 퇴직연금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회사 계좌에 공무원 개개인의 매년 1개월치 평균임금을 적립했다가 퇴직 때 연금 형태로 지급하겠다는 것으로, 2016년부터 300∼5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의무화할 계획인 퇴직연금 가입을 공무원에게도 적용하며 혜택을 더 주겠다는 셈이다.

현행 공무원 퇴직수당을 인상해 퇴직연금화하면서, 해마다 국가재정 4조∼5조 원씩을 쏟아부음으로써 공무원들의 전체 연금 수령액은 현재 공무원연금과 차이가 없게 만드는 것이 개혁일 순 없다. 공무원연금은 현재 누적 적자만 해도 9조8000억 원에 이른다. 올해도 국민 세금으로 대줘야 할 돈이 2조5000억 원이다. 그럼에도 퇴직 공무원 1명이 받은 연금의 매달 평균 수령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219만 원이다. 국민연금 87만 원의 2.6배다. ‘재직기간 소득 대비 연금액’인 소득대체율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각각 63%, 40%로 불균형이 심각하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국가재정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공무원연금 개혁의 절실성과 시급성이 지적돼온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개혁되지 않고 있는 것은 각종 선거를 의식한 여·야 정치권의 공무원 사회에 대한 눈치 살피기와 ‘셀프 개혁’의 한계 때문이었다. 앞으로 1년8개월 동안 주요 선거가 없는 이번 기회를 또 놓쳐선 안 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국가재정의 정기적·장기적 대규모 투입 방식은 해법일 수 없다. 더욱이 공무원연금의 일정 부분을 퇴직연금으로 이름을 바꿔 지급하는 식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명실상부한 공무원연금 개혁과는 거리가 먼 공무원 퇴직연금 발상은 재고(再考)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