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월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청소년 연설대전’에서 한 학생이 청중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사람에게 배우는 학교 제공

“하고 싶은 말도 많고 꿈도 많았던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질문하지 못하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사람이 됩니다.

나중에 대학 가서 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방법을 모르게 되죠.”

정상근(31) ‘사람에게 배우는 학교’(이하 사람학교) 대표는 지난 8월 2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공교육도 진학에서 진로지도로 무게중심이 옮겨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사회적기업 사람학교의 설립 취지를 밝혔다.

사람학교는 정 대표가 2012년 시작한 청소년 대상 무료 멘토링 봉사활동에서 시작됐다.

이후 교사 임용정원 사전예고제를 이끌어낸 일명 ‘노량진녀’ 차영란 씨와 사람학교를 창업하게 된다. 암기식,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학생들이 스스로 꿈을 찾고,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자는 사회적 가치가 바탕이 됐다. 정 대표는 “저희는 학교 밖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종국에는 공교육의 판 자체를 흔들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밝혔다.

사람학교는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공교육 현장을 직접 찾아간다. 놀이와 체험을 통해서 진로를 능동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도록 진로캠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한 주제로 수업을 준비하고 다른 학생들과 생각을 나누는 글쓰기 및 토론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더 나아가서는 남들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부끄러워하게 된 아이들의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기 위한 대중연설 교육을 한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멘토들이 직접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영감을 주는 직업리서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1년에 2차례 진행되는 ‘청소년 연설대전’은 이런 열린교육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된 청소년들이 한데 모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축제의 장이다. 처음에는 별로 말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에게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목록)를 쓰게 만들고,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 행복을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하다 보면 가슴속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꿈이 생긴다.

청소년 연설대전은 기존 청소년 대상 연설대회들처럼 유려하게 말 잘 하는 아이들, 잘 짜여진 원고를 훌륭하게 읽어내는 아이들을 뽑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청소년들 가슴에서 우러나는 이야기를 찾아주고 그 이야기가 어른들에게도 큰 감동을 주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자신감과 꿈을 심어주기 위한 자리다.

지난 8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제2회 청소년 연설대전에서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청중을 울리고, 웃기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 학생들이 더 자유롭게 질문할 줄 알아서 ‘이대로 가만히 있어야 하냐, 갑판으로 나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면 그 많은 친구들이 세월호에서 죽지는 않았을 텐데요’라는 의미심장한 질문, ‘부모님의 사업이 망해서 가족들 모두가 힘들지만 그 상황을 이겨내려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감동을 받는다’”라는 씩씩한 고백 등 청소년들의 가슴속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살아 숨쉬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고등학교까지 공부만 하다가 대학 가고, 취업하면 네가 좋아하는 걸 찾아라, 인생을 걸 정도로 도전하라’는 말을 듣는데 이런 도전은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다”며 “청소년 때부터 자기 목소리를 내는 법을 익히고, 그런 작은 용기들이 모여야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고 도전해 볼 용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청소년기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그 고민을 소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저는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보다 사람에게서 배우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사람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그런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사람학교를 하면서 소통에 목말라 있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을 봤기 때문에 지속성 있는 비즈니스로서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