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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 국악전공자,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 미스코리아로 미스유니버스 4위에 입상. 이렇듯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이하늬(사진)지만 지금은 ‘배우’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 특히 추석 시즌에 맞춰 오는 9월 3일 개봉하는 영화 ‘타짜-신의 손’에서 그는 캐릭터의 맛을 입체적으로 살려내며 자신의 연기력을 한껏 뽐냈다.

‘과속 스캔들’ ‘써니’ 등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지난 2006년 68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타짜’의 속편으로, 1편의 주인공 고니(조승우)의 조카인 대길(최승현)의 복잡하게 꼬이는 삶을 그렸다. 영화는 삼촌을 닮아 유년시절부터 뛰어난 손재주를 보인 대길이 승승장구하다 여자의 배신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후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 ‘여자’가 바로 이하늬가 연기한 우 사장이다. 젊은 과부인 우 사장은 섹시한 매력을 앞세워 하우스(불법 도박장)에 모여든 남자들을 홀리는 인물로, 영화의 흐름을 이끄는 주요 캐릭터다. ‘투톱’인 최승현과 신세경을 비롯해 유해진, 김윤석, 곽도원, 오정세, 박효주 등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한 속에서도 이하늬의 연기는 단연 빛을 발한다.

2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에 정말 잘했어’ ‘엄청 좋아’ 이런 생각은 눈곱만치도 안 든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역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우 사장은 대길의 인생을 변하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인물이에요. 대길을 홀려놓을 만큼 매력적으로 보여야 했죠.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상처가 있고,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촬영 마치고 녹음할 때 다들 우 사장을 보고 웃는데 저는 눈물이 났어요.”

이하늬는 이번 연기 호평에 대한 공을 강 감독에게 돌렸다. “감독님의 자신감에 묻어간 것 같아요. 전부터 저와 알고 지내온 감독님은 촬영 내내 ‘하늬야, 뭐든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돼. 무조건 오케이야’라고 말해줬어요. 제가 이런저런 이유로 지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 우 사장처럼 맹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죠(웃음).”

그는 1편에서 정 마담으로 나왔던 선배 김혜수와 자신이 비교되는 것에 대해 “어찌 감히”라고 말하며 난처해했다. “김혜수 선배는 ‘타짜’에서 아름답고 완숙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어요. 거기에 제 연기를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되죠.”

지난 2007년 뮤지컬 ‘폴라로이드’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이하늬는 처음 무대에서 연기를 하며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국악공연을 할 때는 편했던 무대에서 연기를 하며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공연을 마치고 평생 연기하기 위한 기초를 다지기 위해 혼자 미국 뉴욕으로 떠났죠.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때 얻은 에너지가 지금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그가 출연한 영화 중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둔 작품은 4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연가시’(2012년)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 흥행이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관객 수보다는 용감하게 이 영화를 만든 강 감독님에게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예상하는 스코어를 슬쩍 흘렸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데다 러닝타임도 2시간 30분 가까이 돼서 관객을 많이 모으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500만 명은 들겠죠?”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사진 =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