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필두로 ‘범(汎)삼성가’가 오는 9월 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둔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나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씨가 삼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 소송 등으로 인해 불편한 관계였던 삼성과 CJ가 화해의 계기를 마련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아들인 이 부회장, 이 회장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누나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이 지난 19일 서울고법 형사10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이재현 회장이 예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고 지금의 상태로는 수감생활을 견뎌 낼 수 없으므로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CJ그룹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달라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측은 “집안 문제여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가족 간의 정리(情理)를 생각해 선처를 탄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건희 회장이 장기 입원 중인 가운데 삼성가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의 선처를 위해 범삼성가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삼성-CJ 간에도 새로운 기류가 형성될지가 관심사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입장에서)감사할 따름”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두 그룹간의)해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진정한 가족 간 화해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