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소득 1·2위를 다투는 변호사와 변리사를 구분하는 핵심 기준은 ‘소송대리권’이다. 변리사는 민사소송에 속하는 특허권침해 소송에서 산업재산권과 관련된 자문에 응할 수는 있지만 의뢰인을 대신한 소송 참여가 제한된다. 다만 특허법원에서 진행되는 특허권의 유·무효를 판단하는 심결취소소송(특허심판)에서만 변리사의 소송대리가 인정된다.

지난 2010년 고영회(현 대한변리사회장) 변리사가 서울고법에서 심리 중이던 ‘백남준미술관’ 상표침해소송에서 원고로부터 소송위임장을 받아 대리인 선임신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재판부는 “변리사는 민사소송을 대리할 수 없다”고 통보했지만 고 변리사는 법정에 출석해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에 관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한 변리사법 8조를 근거로 들며 소송 대리를 주장했다.

이후 조모 씨 등 변리사 8명은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2010년 12월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2012년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도 같은 해 10월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특허침해소송은 고도의 법률지식 및 공정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소송으로 변호사 소송대리원칙(민사소송법 제87조)이 적용돼야 하는 일반 민사소송의 영역이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특허권자 권익 보호와 재판의 신속성 등을 위해 공동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법 개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보충 의견이 제안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매번 관련 법안이 발의되지만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19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7월 이원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동소송대리를 골자로 한 ‘변리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17대와 18대에서도 법안이 발의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쟁이 있었지만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정부는 미국 제도를 바탕으로 특허 기술과 소송 전문성을 겸비한 ‘특허 변호사’ 도입 추진을 발표했지만 변호사와 변리사 업계 모두 반발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변리사가 소송에 참여할 기회가 비교적 넓게 보장되는 편이다. 일본, 영국, 중국 등은 변리사에게 특허침해 소송대리권을 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특허침해 소송에서 변호사와 공동으로 대리권을 부여하고 있다. 선진국 중 독일만 변리사가 일정 범위에서 진술권만 가지고 소송대리권은 제한된다. 특허 변호사를 도입한 미국은 과학기술 전공과 변호사 자격을 동시에 갖춘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한다.

소송대리권과는 별도로 정부는 특허 등 지적재산권 침해소송의 경우 1심은 서울중앙지법과 대전지법에서 맡도록 하고, 2심은 특허법원에서 무효소송과 함께 모두 관할토록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