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해외출장 중 직장동료 여성과 성관계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인이 가정파탄에 대한 책임을 이 여성에게 묻는 소송을 걸었지만 법원은 “남편의 책임이 더 크다”며 패소 판결했다.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 이승영)는 A 씨의 부인이 남편의 직장동료 B 씨를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처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30대 남성 A 씨는 지난 2012년 8월 일본 출장 중 자정 무렵 ‘심심하다’는 B 씨의 문자를 받고 자신의 호텔 방으로 놀러 오라고 했다. A 씨의 객실에서 둘은 맥주를 마시면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다가 성관계를 갖게 됐다. B 씨는 이날 다른 직장동료에게 “A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고, 귀국 직후 평소 우울증 등으로 치료를 받던 정신과의사에게 ‘만취 상태에서 몸을 못 가눌 정도가 됐고…A 씨에게 미친 거 아니냐고 물었다’ 등의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

이후 이들 간에 고소와 소송이 이어졌다. B 씨는 성폭행 혐의로 A 씨를 고소했지만 ‘항거불능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처분됐다. 부인은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A·B 씨를 간통으로 고소했다. B 씨는 이에 부인을 무고로 고소했고 A 씨 역시 B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부인은 이후 간통과 이혼 소송을 취하해 혼인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재판부는 “사회통념상 혼인파탄 책임 정도는 배우자에 비해 제3자가 낮다”고 전제한 뒤 “부인이 A 씨에 대한 간통 및 이혼을 취하해 사실상 불법행위를 면제해주면서 직장동료의 책임만 묻는 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B 씨가 성관계 직후 A 씨에게 ‘아침까지 함께 있겠다’고 말하거나 점심을 같이 먹는 등 성폭행 당한 직후 행동이라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지만 이메일 내용은 성관계 후 구체적 심경을 기술한 것으로 A 씨에게 항의했음을 분명히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