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52)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로 검찰이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검찰 개혁 논의의 중심에 섰던 평검사들마저 자정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이번 사건을 김 전 지검장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분위기이다.

25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음란행위 현장에서 찍힌 8개의 CCTV를 분석한 결과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검찰은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김 전 지검장의 정신 질환에서 기인한 개인의 문제로 판단하는 경향이 우세하다.

수도권의 한 지방검찰청에 재직 중인 평검사는 “(김 전 지검장의 행위로 인해) 검사들이 얼굴을 들고 다니기 어렵게 됐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어디까지나 김 전 지검장의 정신적 질환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평검사는 “이번 사건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채동욱 전 검찰청장의 혼외자 문제와 성격을 달리한다”며 “검찰 조직 차원의 문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 여검사는 “이런저런 할말은 많지만 괜히 공론화시켰다가 윗선에 찍힐 수 있는 상황에서 함부로 말을 꺼내기 부담스럽다”며 문제를 공론화시키기를 꺼려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 내부의 자정의 목소리는 지난 20일 임은정(여·40) 창원지검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사표 수리에 대한 해명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이 유일하다. 임 검사는 김 전 지검장의 사표 수리 절차가 부당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임 검사가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는 다른 검사들의 지지 댓글조차 달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검찰 내부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국 검찰청의 일선 검사들이 검찰 위기 때마다 대응 방안을 논의하던 평검사회의도 개최 움직임이 없다.

평검사들은 지난 2012년 부장검사 뇌물 수수 사건과 같은 해 수습검사 성추문 사건 등 검찰 내부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평검사회의를 열고 자정의 목소리를 냈다.

정유진·박정민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