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근혜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근본적인 규제개혁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은 신호탄이다. 지난 1998년 법 제정 후 3차례 일부 개정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폭 수정·보완하는 것은 16년 만의 일이다. 규제비용 총량제, 네거티브 규제(원칙허용·예외금지) 방식의 우선 고려, 규제개혁신문고 등 시스템 개혁을 위해 9개항의 법 조항을 신설했다. 오는 2015년 전면실시를 앞두고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8개 부처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에 들어간 규제비용총량제의 구체적 실행 방안 등이 최대 특징이다. 민간이 규제 개선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신문고를 법정기구화한 것도 눈에 띈다. 아베노믹스 개혁모델인 ‘그레이존(Gray-zone) 해소’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등 재계와 정치권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최종 검토 과정을 거쳐 확정한 것이다. 지지부진한 규제개혁 인프라를 법제화함으로써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규제개혁 작업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 규제비용총량제와 네거티브 방식 도입 = 규제개혁의 핵심인 규제비용총량제는 의원입법을 포함해 모든 행정규제 대상에 적용토록 했다. 불필요한 규제를 양산하는 주범으로 지목됐던 무분별한 의원입법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규제영향비용이 연간 100억 원을 넘거나 피규제자의 수가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되는 규제에 대해서는 사전규제영향분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원입법은 법안 발의 절차가 간편하다는 점 때문에 정부 부처들이 이른바 ‘청부입법’ 형태로 남발해왔다는 지적이다. 단 위기상황 해결, 국민생명·안전, 조약·국제협정, 1년 이하 효력상실 일몰 규제 등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적용에서 제외된다. 규제 신설·강화 시 이에 상응하는 비용의 규제를 폐지·완화하고, 남는 비용은 적립해 추후 사용이 가능토록 한 점도 주목된다. 신설·강화되는 규제의 경우 제도나 정책 등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규제를 통해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은 우선 고려 대상을 ‘진입규제 및 사업활동 제한 규제’를 명시해 실효성을 확보토록 했다.

◆ 규제개혁신문고 법정기구화 = 규제개혁신문고는 ‘규제정비의 요청’ 조항에 법률 근거를 마련했다. 소관 부처는 신문고로 들어온 건의에 대해 14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답변하거나 3개월 이내에 검토 결과를 회신하도록 법제화했다. 고시·훈령 등 행정규칙의 제·개정 절차 시, 그동안 부처 판단에 맡겼던 행정예고 및 법제처 검토 사항을 의무화하여 규제의 투명성을 강화했다. 사전 규제영향 분석의 내실화를 기하고 규제 정책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를 일정기간 시행한 뒤 그 결과를 사후평가토록 법제화했다.

◆ 규제적용 신속 회신 및 규제의 탄력 적용 = 신사업 분야에 진출하는 기업의 투자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일본의 ‘그레이존 해소제도’ ‘기업실증특례제도’를 벤치마킹했다. 특정 기업의 특혜 의혹 등을 불식하고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여건에 맞게 조정했다. 일본 제도와 차이점을 둬, 적용 대상을 기업에서 일반 국민으로 확대했고 적용 범위 역시 개별 기업에서 동종 업종 등 같은 요건의 기업으로 확대했다. 이 밖에 개정안은 소상공인과 상시 근로자 수가 10명 미만인 소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면제하거나 완화해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담았다.

정충신·정철순 기자 csjung@munhwa.com